냉장고가 필요해?

엄마의 로또 꿈

by 전성옥

50여년을 살아왔지만 경품추첨이나 이벤트에 한번도 당첨되지 못한 운 없는 엄마다. 가끔씩 남편은 좋은 꿈을 꿨다며 로또를 산다. 그런 남편에게 나는 무슨 말도 안되는 꿈을 믿냐며 심하게 면박 준다. “로또는 번개 맞을 확률보다 어렵다잖아. 그 돈으로 먹는 걸 사서 드세요”하며 그의 화려한 로또의 꿈을 뭉개곤 한다. 동네 마트의 경품추첨에도 한번 뽑힌 적이 없는 인생이니 엄마의 운 없는 믿음은 확신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어머나? 그런 엄마에게 찾아온 첫 번째 행운이라니.

시골은 해마다 노인위안잔치를 한다. 청년회 주관으로 진행하는 행사에 남편과 함께 참여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체육관을 빌려 잔치를 하지만 적지 않은 인원이 모인다. 작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배운 농악놀이로 찬조출연하게 되어 겸사겸사 봉사도 하면서 온종일 자리를 지켰다.

행사에 항상 따라붙는 것은 경품 추첨. 참여하는 모두에게 번호표를 주고 행사 중간중간 추첨을 통해 선물을 준다. 번호 368번을 받았다. 뭐 형식적으로 받아 주머니에 넣고는 있었지만 번호도 외우지 못했을 뿐더러 관심도 없었기에 잊고 있었다. 어르신들 음식 서빙을 하면서 경품추첨 하는 것을 보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368번 당첨입니다.”

“없으면 넘어갑니다. 368번”

옆에 서빙을 돕던 큰 아이가 몸을 돌리며 엄마를 향해 소리친다.

“엄마, 엄마 368번 아니에요? 맞는 것 같은데.”

“엥? 그런가.” 서둘러 앞치마 주머니를 찾아보았다.

“없습니까? 다음 번호로 넘어갑니다.”

“아... 안돼요. 있어요. 저에요. 저. 제가 368번이에요. 저라니까요!”

이런 번개 맞을 일이 있나. 주머니에 [368]이라고 써 있는 종이가 있다. 거의 신들린 모습으로 뛰고 달리고 춤추며 앞으로 갔다. 상품은 농사용 손수레. 하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번개 맞는 확률을 뚫고 경품에 당첨된 운 트인 날이 아닌가.

학교에서 놀던 아이들도 엄마의 경품 당첨 소식을 듣고는 난리다. 경품에 당첨된 것이 무슨 대학시험에 합격한 것 보다 다 신나는 모양새다.

“얘들아, 이제부터 엄마는 운 좋은 엄마다. 앞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로또를 살거야. 왜냐? 엄마는 운 트인 여자니까. 엄마가 로또에 당첨되면 너희들 모두 해외여행 보내줄게. 기대해!”

시간은 흘렀고 엄마는 다시 운 없는 일상으로 복귀했다. 로또 1등은커녕 천원짜리 한 장도 아까운 돈. 시들해진 로또의 꿈이다.

하지만 인생이 꼭 그런가. 행운권 2탄 사건 발생.

한 단체의 송년모임이 있어 참여했다. 행사에는 역시 경품추첨 이벤트가 꽃이다. 번호표를 받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추첨권을 함께 온 지인에게 주면서 혹시 당첨되면 제것까지 가져가라고 쿨(?)하게 양보하고 다른 약속이 있어 나왔다.

아뿔싸! 이것이 실수였다. 행운은 기다리는 자에게 온다는 것을 신은 왜 말해주지 않는 것인가. 믿기지 않을 일. 내가 받은 번호표가 마지막에 당첨되어 1등이 되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해왔다. 하지만 자리에 없었던 관계로 다른 사람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는. 1등 선물이 뭐냐고 물었더니 [냉장고]란다.

“냉장고?”

“어떡해! 냉장고! 내가 제일 필요로 하던 것인데.”

그렇지 않아도 오래된 냉장고가 고쳐도 고쳐도 말썽이라 남편에게 냉장고 좀 사달라고 노래를 부르던 중이었는데 당첨된 경품이 냉장고였다니.

“그러니까, 엄마, 왜 나왔어요? 끝가지 기다렸어야죠. 냉장고가 날아갔잖아요. 아까워서 어떡해요.”

아이들의 핀잔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운발 날린 엄마도 몇날 며칠을 속이 상해 죽을 지경이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나의 이런 슬픈 행운에 대해 말하며 위로를 청했다.

슬픔이 하늘에 닿았을까? 다시 행운이 나에게 찾아와 준 걸까?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떴다. 무심코 받은 전화에 행운의 여신! 그 명량하고 활기찬 소리가 들린다. 불갑면에 어떤 분이 지정기탁을 해 주셨으니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냉장고] 날아가던 행운이 제 집을 찾아온 순간이다. 당당하게 아이들에게 말했다.

“엄마가 행운을 다시 붙잡아 왔다. 냉장고가 생길거야.”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엄마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두에게 행운이 깃들기를 기도할 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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