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족의 사랑법

왜 나만 미워해요?

by 전성옥

상처받은 아이의 절규.

“왜 나만 미워해요?”

태어나자 마자 혼자 된 아이. 생부모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자라면서도 혼자다. 아이를 돌봐주던 시설은 하드웨어적 역할은 충실히 해 주었지만 마음의 보호막을 쳐주지는 못했다.

단단한 껍질에 쌓인 감정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 속은 너무도 연약해 건드리기만 하면 폭발해 버리곤 한다.

우리집에 온 아이들은 까칠하다. 어떤 아이는 사방에 가시를 달고 왔다. 아이가 움직이는 반경은 모두 피흘리는 상황. 아이 곁에 다가가는 사람이 줄고 같이 놀자는 친구도 없다. 아이는 점점 혼자이고 혼자된 마음은 가시만 더 날카롭게 만든다.

아이 곁에 다가가면 아프다. 엄마인 나도 아프다. 아픈 엄마도 아픔을 표현할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같이 폭발한다.

엄마도 아이도 가시가 돋쳐있다. 마치 고슴도치 가족 같다. 온 몸에 가시털이 있는 고슴도치.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되면 가시털을 세우고 건드리지 못하게 방어한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뻣뻣하다. 떨어진 가시 하나를 주워서 찔러보면 풍선도 터뜨릴 정도라고 한다. 이런 가시들이 엄마와 아이에게 있다. 가시만 세운 채로 가만히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행여 자신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의도적으로 근육을 이용해 순간적으로 몸을 부풀린다. 이렇게 부풀린 고슴도치를 건드리면 100% 가시에 찔리고 만다.

그러니 우리집은 어떠할까? 너나 나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상처받은 채로 가시를 세우고 산다. 가까이 다가갈 수 없다. 서로가 서로의 가시에 찔려 상처 나기 일쑤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나한테만 그러냐구요? 왜 나만 미워하냐구요?”

절규는 결국 깊은 상처를 만든다. 서로에게 가시가 돋쳐 있으니 누가 먼저랄게 있는가, 가까이 가기만 해도 찔리고 마는데.

고슴도치 딜레마다. 너무 가까이 가면 상처를 입고 거리를 벌리고 있으면 추위에 얼어 죽고 만다. 그러니 상처주지 않고 지낼수 있는 따뜻한 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함께 살아야 하는 운명 같은 가족이 아닌가.

몇 년을 싸우고 상처입고 싸우고 상처입고를 무한반복 했다. 수없이 싸운 경험은 참 기특한 방법을 찾아내게 한다. 싸우면서 정든다는 옛 속담이 정답이 되었다. 같이 살아야만 하는 운명적 상황이 그랬을까? 우리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친해졌다. 친해지는 과정에서 생긴 아픔을 서로 감수해 가며 아주 조금씩 가까이 다가갔다.

서로가 다가가는 거리를 예측했다. 뾰족한 가지 사이사이 어디쯤에서 멈춰야 할지를 계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명확한 사실을 깨달았다. 고슴도치 가시가 뾰족하긴 해도 가시를 눕힌다면 크게 위협적이지 않는다고 한다. 가시는 내부가 텅 비어있고 공기가 채워져 의외로 단단하지 않고 굉장히 유연해서 가시를 내린 상태에서 만져보면 찰랑찰랑한 게 마치 윤기있는 단단한 짧은 털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맞다. 비록 온 사방이 가시로 덮여 있지만 그것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패였을 뿐 상대방을 찌르기 위한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고슴도치의 내부가 텅 비어있는 것처럼 아이의 마음도 뻥 뚫린 채 채워지지 않는 허기만 가득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우리는 고슴도치 가족이다. 상처받지 않는 거리에서 서로가 서로에게 다가간다. 그 힘겨운 삶은 아주 천천히 사랑을 그려낸다. 고슴도치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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