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설 Oct 01. 2020

III. 나를 성장시키는 회복탄력성

사람들과 에너지를 나누자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내는 어른이 인생에서 한 명도 없었다면, 그런 사람에게는 회복탄력성이 전혀 없거나 약할까? 그렇지 않다. 그런 어른의 존재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갖게 도와준다는 의미이지 회복탄력성의 필요조건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회복탄력성이 생기고 단단해지는 배경과 방법은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든 이제 성인이 되었다면 남 탓 할 나이가 아니다. 스스로 자기 삶을 꾸려 가야 한다. 누가 뭐라 하든. 그래야 성인이다. 

다들 알다시피 몸의 근육은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단련하면 된다. 그렇다면 마음의 근육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내가 제자들에게 소개하는 방법은 힘이 들 때,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를 만들라는 것이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 친구도 좋고 나이가 많은 인생 선배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고민을 상담하거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줄 누군가가 있다면 마음을 다잡는 데 도움이 된다.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곧 객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좀 더 여유를 갖고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어려움이라고 느낀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여지도 생긴다. 관점이 달라지면 문제로만 여긴 사안이 사실은 문제가 아니거나 그 속에서 긍정적인 요소를 발견할 수도 있으며 또는 문제를 해결할 열쇠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곧 마음의 근육이 단단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주위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두고 싶다면 먼저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친구들의 이야기, 사람들의 고민을 들어줘야 한다. 세상의 이치는 ‘테이크 앤드 기브(take and give)’가 아니라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이니 말이다. 먼저 다가가자. 또 이렇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 자체가 ‘기브’가 아니라 ‘테이크’일 수 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라면 어떠할지, 어떻게 대처할지 궁리할 수 있으니, 훗날 부딪칠지 모를 상황에 대해 미리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된다.  

내가 먼저 친구에게 공감이 되는 말, 위로가 되는 말을 건네자. 많은 사람이 번번이 취업에 실패하는 사람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는 의미에서 ‘파이팅’을 외치는데 이런 종류의 말들은 털썩 주저앉아서 더 이상 일어날 기력도 없는 사람에게는 부담스러운 말이다. 격려와 응원의 말보다  ‘괜찮니?’ ‘힘들지?’와 같은 따뜻한 공감이 되는 말을 건네자. 전화로 말하기 쑥스럽다면 문자메시지로 카톡으로 보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친구에게 진솔한 내 마음을 표현하면서 다가가는 것이다. 또 소박하게는 생일, 설날, 크리스마스 같은 기념일에 휴대전화로 케이크 쿠폰을 보낸다거나 음료 기프티콘을 보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지금까지 살아 보니 삶의 기쁨, 행복은 대단치 않은 작은 일에 실려서 오는 것 같다. 

속마음을 털어놓을 친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을 만나고 친구가 되는 데에는 시간과 애정이 필요하다. 

승범이의 이야기를 좀더 하자면, 승범이는 가정 형편상 고시원에서 2년 가까이 살았다. 랩을 좋아해서 Y대를 비롯한 서울 주요 대학 랩 동아리 멤버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데, 방학 때는 친구들이 빌린 음악 연습실에서 기거하며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전화를 했다. 

“승범아, 괜찮니?”

승범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씩씩하게 대답한다. 

“저는 제 몸 누울 공간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고 행복해요. 음악실에 있으니 랩 연습도 더 열심히 할 수 있고요.”

승범이의 이런 넉살 좋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에 주위에 친구가 많다. 승범이가 어려운 형편에도 주위에 친구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승범이의 인간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그 친구들은 승범이에게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주는 힘이자 소중한 자산이다. 친구들은 승범이를 위해 기꺼이 돈을 모아 같이 여행도 다니며 알게 모르게 곁에서 승범이를 도와주는 은인들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댈 언덕이 되어 주고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간다면 삶은 어떤 빛깔일까.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 

왜 세상살이가 힘겨울까를 생각해 보면 여러 이유가 있을 텐데, 그중 하나가 평생 같이할 친구가 없는 경우가 아닐까 싶다. 내가 힘들 때 마음 편하게 전화할 수 있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가 두 명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재호는 남부러울 게 없을 듯싶다.

승범이는 래퍼로서 자기 이야기를 하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승범이가 랩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 교류하는 것처럼, 자기만의 교류 창구나 소통 창구가 있다면 인간관계의 접점을 좀 더 수월하게 형성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무엇을 교류하면 좋을지, 무엇을 소통하면 좋을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답은 쉽고 간단한다. 지금 자신이 관심 두는 것을 실마리로 삼는 것이 좋다. 취향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더욱 좋고 취향이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공부와 관련된 것도 상관없다. 관심 있는 구체적인 분야의 모임을 찾아보자. 여기서 핵심어는 ‘구체적’이다. 예컨대 ‘어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중에서도 영어, 중국어와 같이 구체적인 한 언어를 정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명확하게 찾을 수 있다. 

요즘에는 온라인 모임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포털사이트에 올라 있는 수많은 카페들이 대표적이다. 온라인 모임이 시간도 덜 뺏기고 해서 편리한 것 같은데, 온라인 모임에 가입하더라도 직접 얼굴을 맞대고 만나는 오프라인 모임을 권한다. 교류하고 소통하고자 한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온라인 모임만큼이나 온라인을 매개로 오프라인 모임도 활성화되어 있다. 

오랜 친구도 좋고, 공통의 관심사를 계기로 새로 만난 사람도 좋다. 사람을 만나 진솔한 마음으로 대하고 에너지를 나누자.          

이전 11화 III. 나를 성장시키는 회복탄력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