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싱숭생숭 참 힘든 달이다.
중학교 1학년 담임인 나에게 12월은 참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는 달이다.
꾸준히 교무실로 총총 찾아오고 이런저런 얘기를 도란도란 꺼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기는 감정.
슬슬 중2를 맞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기는 감정.
하기 싫다고 투정 부리더니 결국엔 멋진 뮤지컬을 올린 아이들을 보면서 생기는 감정.
반 애들 챙기느라 켜켜이 쌓여버린 업무를 보면서 생기는 감정.
무엇보다
곧 있으면 올려 보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생기는 감정이 있다.
행복, 즐거움, 기쁨, 흥미로움, 속상함, 서운함, 기특함, 뿌듯함, 답답함, 막막함
무엇보다
아쉬움.
도로에 크리스마스 불이 켜지고 연말을 맞이하는,
행복한 기운이 감도는 12월이
나는 별로다.
또 한 번의 끝을 암시하는 달이니까.
작년에도 이맘때 마음 정리로 힘들었었다.
보내야지.. 예쁘게 올려 보내야지..
사람마다 연은 다 때가 있는 법이지..
라고 생각은 했지만 마음은 쉽게 따라가질 못했다.
이학년이 돼서도 보고 싶을 것 같고 챙기고 싶을 것 같아 혼란스러웠다.
올 해도 그렇다.
희한하게 12월이 되면 아이들이 힘들고 서운하게 한 일들은 사르르 녹아버리고
그냥 좋은 기억만 가득 남아 미련으로 번진다.
왜 12월에는 매 순간이 사랑스러운지 모르겠다.
더 아쉬우라고, 더 잘해주라고 그러는 건가.
사실 올 초 다짐을 하나 했었다.
12월의 마무리가 힘드니 올해는 절대 아이들에게 영혼을 갈아 넣지 말자고. 적당히 예뻐하자고.
게다가 누군가 나에게 그랬다.
담임반은 좋은 반과 안 좋은 반이 번갈아 온다고.
작년 반이 좋았으니 올해 반은 좋지 않겠구나. 적당한 거리두기가 가능하겠다고 혼자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1년 내내 뭇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고
배려심 있는 마음으로 서로를 보듬고 챙기면서
온 반이 사랑스러움으로 똘똘 뭉쳐
누구 하나 미워할 수 없는
25명이 모인 우리 11반이었다.
감히 자부할 수 있다.
1학년 반 중 정말 최고 중 최고라고.
나는 진짜 인복 가득한 행복한 교사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올려 보내기 싫다. 올려 보내고 싶지 않다.
또 말도 안 되는 내 욕심만 가득 차오른다.
아이들이 사랑스럽고 예뻤던 만큼 힘든 달이다.
아무쪼록 마음이 싱숭생숭 참 힘든 달이다.
올해 교원평가 결과는 놀라움 그 자체.
마치 매번 잘 하고 있는지 고민했던 나의 하루하루에 잔잔한 답변을 주는 느낌이다.
너 그래도 올 한 해 잘 보냈어.라고.
"이런 선생님을 만나 행운이고 남은 시간도 좋은 기억 많이 남겼으면 좋겠다. 고맙다 라는 말밖에 나오질 않는다. 이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진심이다."
- 나한테도 당신이 참 좋은 사람이기에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느끼는 만큼 당신도 스스로가 좋은 사람임을 알고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언제나 행복하고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주셔서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쭉 학생들의 곁에 남아 행복한 날들을 보내게 해 주셨으면 좋겠다."
- 내 행복의 원천인 당신들과 앞으로도 쭉 함께 행복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