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새벽에 분리수거를 하러 나가면서 옆 라인에서 자살로 추정되는 시신을 봤습니다. 폴리스 라인 옆으로 경찰이 서 있었고 급한 대로 이불로 덮어놓은 시신...
맨발에 티셔츠와 운동복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급차와 소방차가 이어서 도착했습니다. 경찰차도 몇 대 더 도착했습니다.
가족인지 지인으로 보이는 중년남성이 그 시신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아파트 출입구 계단에 서있었습니다. 눈이 충혈되어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표정은 도저히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습니다. 슬픔도 아니고 기쁨도 아니고 놀람도 아니고...
그 아저씨를 보니 순간적으로 밤마다 벽 너머로 들렸던 장애를 가진듯한 남성의 목소리와 소리지름과 다른 가족들의 고성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6살인가 7살 때 외할머니가 테레비를 보고 있는 제 앞에서 주무시다가 돌아가시고, 파고다 어학원에서 예일대를 졸업한 남자강사가 원룸에서 쓰러져서 숨을 잘 못 쉬어 구급차를 불러서 응급실로 보냈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최근에는 타 부서의 30대 중반의 남성도 심근경색으로 구급차에 실려가 순천향대학교 병원에서 잠시 있다가 고인이 되었습니다.
친구들, 지인들, 동료들의 이런저런 장례식장에 가서 조문하고 이야기도 듣고 두 달 전에 친할머니 장례식을 마치고 나니 죽음이 저에게도 어느 정도 가깝게 느껴집니다.
2004년 즈음에 이라크 전쟁으로 함께 근무했던 미군들이 한국에서 이라크로 파병을 가고, 얼마 후에 게이트 벽면에 추모하는 글과 명단이 올라왔을 때도 함께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