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실적 압박이 있는가?
A. 네.
유령회원 탄생의 순간.
여유는 통장에서 나온다.
입회란 한 과목을 추가하는 것을 말하고, 퇴회란 한 과목을 중단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신규회원이 아니고서야 입회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퇴회는 한 아이만 그만둬도 아이가 하고 있던 과목 전부다 마이너스가 된다. 학습지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년이 바뀌어서, 학원에 가야해서, 아이가 부담스러워해서 등등.
방문교사도 영업을 해야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지금 아이들만 잘 관리하면 될 줄 알았는데, 한 두명이 그만둬버리면 그만큼 새로운 아이를 데리고 와야한다.
한 두과목씩 퇴회가 나기 시작했기때문이다. 사실 당시에도 9시, 10시에 집에 들어갔기때문에 더 이상 늘리고 싶지 않았다. 맡은 아이가 줄어들면 그만큼 퇴근시간도 앞당겨졌다. 하지만 슬슬 실적 압박이 들어왔다. 내가 마이너스를 만들면 다른 선생님이 플러스를 내놔야했다. 그래서 수업이 없는 시간에 전단지를 붙이고, 아이들에게 돌리고, 단체로 대형 마트에서 행사를 하고 학교 앞 홍보를 했다. 쪽팔렸다.
유령회원을 제안받았다. 누구는 키우는 개이름으로 입회를 올리기도 했다하고, 다른 선생님들 다 그렇게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모두가 그렇게 한다하니 쉽게 생각했다. 값이 싼 과목부터 하나, 둘 올리다 보니 내 회원 3분의 1이 유령회원이었다. 유령회원을 유지하려면 내 돈으로 메꿔야했다. 여전히 월급명세서에는 2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찍혀있었지만.
난생처음 200만원이 넘는 월급을 받았을 때에는 어찌할 줄을 몰랐다. 적금을 가입하기도 하고 펀드에 투자하기도 하고 종신보험에 가입하기도 했다. 사고 싶은 물건은 대부분 샀다. 하지만 유령회원이 늘어나면서 적금을 해지하고 펀드도 해지하고 종신보험은 손해를 보고도 해지를 했다.
카드 연체가 될 뻔했다. 돈이 없으니 사람이 조바심이 생겼다. 하기 싫은 전단지를 돌리고 상담때 한 번도 꺼내지않았던 과목추가에 대해 말했다. 쉽게 입회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 후부터 안전벨트도 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