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우울의 원인이라 생각하는지?
A. 그것도 있다.
항상 후회가 된다.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처음 퇴사를 밝혔을 때 무단으로라도 나가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이런 일을 겪고도 내가 왜 이런 일을 끝까지 했는지 따위의. 자책은 무엇으로도 메꿀 수가 없었다.
힘든 일은 왜 한꺼번에 몰려오는가.
퇴회가 신명나게 났다. 월급이 점점 줄어갔다. 감당할 수 없는 카드빚이 쌓였다.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옴이 느껴졌다. 마감이 무서워졌다. 그 때 팀장이 추천해준 것이 마이너스 통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긴다. 20대가 마이너스 통장까지 개설하면서 이 일을 해야하나? 지금의 나는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당장의 카드를 메꾸기 위해, 유령회원을 유지하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했다. 숨통이 트이는 듯 했다.
내가 돈이 없었던 이유는 비단 유령회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회비가 미납되는 곳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얼굴을 보는 데도 미납되는 곳은 미납이 되더라.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한 푼, 두 푼이라 생각했지만 꽤 큰 금액이 구멍이 났다. 끝까지 받아내지도 못했다.
솔직히 내가 돈 관리를 잘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팀장은 리볼빙까지 이용했다. 미납 회비는 본사가 나서서, 지역국이 나서서 받아주지 않는다. 오로지 개인이 감내해야한다. 그러면서 실적에 대한 강제성은 주어진다. 모든 선생님들은 유령회원이 있다. 그렇다면 구조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퇴사의사를 밝혔다. 모두가 나서서 말렸다. 감히 노예가 탈출할 수 없었다. 지역국장은 모두가 박수 칠 때 떠나야하지 않겠냐며, 나를 붙잡았다. 나에게 매달려있는 회원들을 생각해 한 번 눈감았다.
가끔은 아이들의 악의 없는 말들이 가슴에 박힐 때가 있다.
'선생님 허벅지가 왜이렇게 커요?'
'선생님 엉덩이가 너무 뚱뚱해요.'
'선생님 뱃속에 거지가 들었어요?'
모두 들었던 말이다. 일을 하면서 거의 20kg 쪘다. 늦은 시간에 퇴근을 하고 스트레스로 인한 폭식이 원인이었다. 나도 점점 내 모습 보기가 싫어지는데 아이들 눈에는 거대한 거인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 후부터 커지는 몸대신 자존감이 점점 작아졌다.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다이어트 한약도 먹고, 굶기도 해보고, 오전에 운동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폭식은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었다.
성추행도 있었다. 아이가 또래에 비해 늦어 걱정된다는 말에 조금씩 더 봐주고 있었다. 그 집 아빠가 유독 서글서글하게 다가오길래 아이가 많이 걱정되나 보다 생각만 했다. 어느 날은 '고마워서 치킨먹자', 다른 날은 '언제 치맥할거에요?' 정색하면 퇴회로 이어질까, 웃으며 집에 가야해요. 항상 거절했다. 또 어느 날은 내 팔뚝을 꼬집으며 살쪘다고 쳐웃기도 했다. 기분이 나빴다.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 집은 가기 싫었다. 사건이 터졌다. '나 선생님 좋아해요.' 후다닥 가방을 챙겨 정말 도망쳤다. 다음 날 이런 일이 있었다며 지역국장에게 말했다. 그 집은 가지 않았다. 다행히 문자가 오거나 전화가 오지도 않았다. 거지발싸개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