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좋은 기억은 없나요?
A. 있다.
선한 사람들은 한없이 선했다. 직접 키운 농작물을 주기도 하고 명절이라며 과일들을 따로 챙겨주기도 했다. 또 스승의 날이라고 편지써준 아이들도 있었고, 마지막 수업때 아껴둔 것들을 주는 아이들도 있었다. '우리 아이가 선생님만 기다렸어요.'하는 그 말들도 좋았다. 그래서 미안했다. 내가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라서.
떠나는 뒷모습이 참 아름다워.
나는 또 한번 퇴사 의사를 밝혔다. 팀장은 아직도 20대인 나에게 말했다.
'너가 어딜 가서 일을 할 수 있겠냐, 우리 다 힘들다. 왜 너만 힘들다고 생각하냐'
이 말을 듣고 정말 눈에 부릅 힘을 주며 말했다. 그만 둘 것이라고. 퇴사 처리 해달라고.
나는 학부모들께 결혼을 핑계로 이사를 간다 말하며 그만두었다.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세상이 아름다워보였다. 나는 시원섭섭하지도 않았다. 시원할 뿐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 작별이 아쉬웠나보다. 울면서 전화 온 아이가 있었고, 다른 선생님을 거부한다는 아이도 있었다. 참으로 마음이 쓰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가 분명했다.
퇴사의 여파는 참으로 컸다. 학습지 선생님은 퇴직금이 나오지 않는다. 모아놓은 돈도 없다. 마이너스 통장도 그대로였고, 카드 납입기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또 아빠한테 말했다. 아빠의 적금을 깼다. 그 후에 나는 본가로 다시 들어갔다. 일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가 되어 나타난 것은 나밖에 없을 것이다.
나의 20대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다. 평범한 사무일을 했다면 적어도 마이너스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 늘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경력도 쌓이지 않았을까. 그것은 늘 후회가 되었다. 내가 감당하기에는 이 일은 너무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