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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씨 Jan 11. 2023

9. 쉽지 않아

Q. 취업에는 성공했나요?

A. 네!


하지만 나는 또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물지 않은 상처




팀장의 말은 악담이 되어 나에게 날아왔다. 학습지 선생님은 딱히 경력이 되지는 않는다. 정말 어디가서 일을 하려면 다시 신입이란 말인데, 20대 후반의 신입을 찾는 곳은 대부분 없었다. 그러다 운좋게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추천해준 곳에 지원을 하여 입사를 하게 되었다. 지역의 중견기업으로 꽤 알아주는 곳이었다. 고객상담도 겸하고 있어 학습지 선생님때 학부모와의 상담했던 일화가 크게 작용했나보다. 


중견기업답게 사람이 많았다. 상여금도 있었다. 월급도 잘 나오는 편이었고 복지도 괜찮았다. 사람들도 편했고 어쩌면 평생 직장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큰 착각이었다. 삶은 언제나 예측 불가였다.

낯가림이 심해 다른 직원들과 스몰 토크를 하기까지 시간이 오래걸렸다.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있는데, 자꾸만 선을 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친근함의 표시인 줄 알고 장난을 몇 번 맞받아쳤었다. 마치 예전 나에게 추근거리는 아저씨 느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직장 내이고 또 그런일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손이 큰 편이라 간식을 먹을 때도 남들 하나씩 더 주기 위해 많이 챙기는 편이다. 보통 서랍에 두는데 작은 주전부리들은 책상에 올려놓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팀원들이 야근하면서 하나씩 먹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누구도 잘먹었다는 소리 한 톨 없었다. 간식이 떨어져갈때쯤엔 뭐 먹을 거 없냐는 소리만 들었다. 그 후로 간식을 끊었다.


과일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아침에 과일도 자주 먹기도 한다. 그 날은 아침 회의가 있었고 회의를 마치고 오니 어디서 많이 보던 것을 팀장을 주축으로 먹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하하호호 웃으며 처먹고 있었다. 그 후로 과일도 끊었다.


참을 수 있었다. 나눠먹는 것을 좋아하니까. 그런데 성추행은 참지 못했다. 허벅지가 크다고 해도, 엉덩이가 뚱뚱하다해도 아이들은 악의가 없다. 상처를 받겠구나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어른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확찐자가 여기있네, 하며 놀려댔고 외투가 두꺼운 옷을 입으면 곰같다는 말을 했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가면 '워~' 하는 감탄사를 뱉거나 팔뚝을 보라며 다른 직원과 쑥떡거렸다.

그리고 회식 장소에서 잠깐 화장실을 갔다온 동안 자리가 없어서 둘러보는데 팀장이라는 사람이 자기 무릎을 탁탁 치며 '자리 여기 있다'고 말했다.


그 후로 개싸가지처럼 굴었다. 업무 외적인 말은 다 무시하고 정색하며 네, 아니오로만 대답했다. 매일 출근할 때 교통사고가 나기를 바랐고 퇴근할때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을 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렇게 한달도 채 되지 않았을때 팀장이 '사회 생활 그렇게 하지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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