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취업계획은 있으신가요?
A. 아직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퇴사를 하고 더이상 취업 계획이 사라졌다. 하지만 난 또 어디론가 출근을 해야겠지.
K직장인은 좀비가 나타나도 출근을 해야한다.
사직서를 내고 한달동안 인수인계 자료를 만들었다. 전화번호를 다 삭제하고 모르는 번호는 받지도 않았다. 사람을 놀려대며 상처를 주는 것이 친근감의 표시인가, 하는 배신감과 일상의 무기력함이 밀려왔다. 그 무렵 잠도 제대로 잘 수가 없었고 매일 자다가 깨기를 반복해 정신과에 방문했다. 몇 가지 질문에 답했고 과거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내가 상처받았던 것들이 나의 문제가 아니었고,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비롯된 문제들이 아니었다는 것을 선생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해주었다. 그 차분한 목소리에 더 눈물이 나왔다.
나는 더 이상 사람들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 싫었다. 애쓰기 싫었다. 20대가 참으로 고달팠다. 지금도 울컥울컥 그 때의 상처들이 비집고 나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난 또 어딘가로 출근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지. 다행히 겪을 것은 다 겪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덤덤하게 해쳐나갈 수 있지 않을까. 난 조금 큰 30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