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날들
꽃이 떠난 자리를 녹음이 채운다.
이렇게 시간이 또 -
"너도 이해 못할 것 같아"라는 말에 대답했다.
"아니 이해해. 우리 집도 그런 적 있거든"
뱉어놓고 잠시 후 후회했다.
너무 냉큼 대답한 것은,
너무 경솔한 것은 아니었나.
"1년 간 호르몬제를 먹게 되었어" 용기 내어 말했다.
"에이 그 정도면 뭐 약도 아니지"
라는 너의 말에 울컥 - 속에서 뭔가 치솟는 것 같았다.
며칠 밤을 뒤척이나 용기 내어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너의 말이 서운했다.
비슷한 상황에 처해 본 적 있다 해서
그 마음까지 같은 건 아니다.
각자가 느끼는 아픔의 정도,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
겪어본 고통의 깊이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일 테지.
너무 쉽게 공감하려 하고,
너무 쉽게 공감받으려 했던 나의 탓이다.
예전엔 성실함이 최고라 여겼는데
지금은 내 몸이 아프면 다 무슨 소용인가 싶다.
최선을 다하되 억지 부리진 말아야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조금 꺼내본다.
미래에 대해 막연히 꿈꾸고 있는 것도 살며시 내비쳐 본다.
이방인으로서의 설움을 이야기하고
약간이나마 그 마음을 나눠본다.
깊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그냥 그런 사이.
골목 골목 들여다보기.
이게 뭐라고 이렇게 재밌나
헛헛함을 채워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참 괜찮은 삶이지 싶다
잔인한 4월도 끝나간다.
드디어.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