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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Mar 30. 2017

여덟번째, 홍대 올드크로와상팩토리

버터향에 취할 것 같아


빵집 : 올드크로와상팩토리

위치 :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29길 4-9

메뉴 : 오리지널 크로와상, 뺑오쇼콜라, 초코크로와상, 소세지패스츄리 등





크로와상 장인이 사는 곳.

올드크로와상팩토리(이하 올크팩)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면 보이는 이국적인 노란 건물. 마당에 놓인 갈색 자전거와 문에 붙은 감각적인 스티커는 서양 어느 동네를 연상케 했지만, 2층에서 내어 놓은 빨래대는 너무나도 한국적인 것이어서 올크팩 앞에 가면 괜시리 웃음이 지어졌다.








설레는 마음을 재정비하고 묵직한 나무 문을 연다. 어두운 실내와 노란 조명은 언제나 따스하고 그 아래에는 다양한 매력의 크로와상들이 있다. 기본 크로와상을 시작으로 책장처럼 예쁘게 말린 뺑오쇼콜라, 크로와상에 초콜릿 옷을 입힌 초코 루즈(*먹다보면 립스틱처럼 초콜릿이 입에 묻는다 해서 초코 루즈), 단짠단짠이 훌륭한 소세지 패스츄리와 쭉 뻗은 초코 스틱의 자태가 시원스러운 뺑오레오. 하루 한 판만 굽는 화이트 브리오슈나 소시지 브리오슈를 만나면 그 날 운수는 대박인 것이니, 선택하는 데 재주가 없는 나는 늘 카운터에서 고뇌하곤 했다. 그나마 몇년 전 메뉴였던 아몬드 크랜베리 크로와상과 계란 후라이를 올린 듯한 스위스 치즈 크로와상, 미니미한 초코 마운틴은 나오지 않으니 다행인지도 모르겠다.






처음 올크팩을 만났을 때, 나는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지금처럼 맛있는 크로와상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았을 뿐더러 단일 메뉴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빵집도 드물었기에 컨셉부터 독특하게 느껴졌다. 한 겹 한 겹 예쁘게 말린 크로와상의 자태는 보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졌고, 한 입 베어물면 파사삭 -  경쾌한 소리에 귀가 먼저 반응했다. 뭉친 부분 하나 없이 촉촉하고 쫄깃한 크로와상 속살은 부스러기 하나도 아까웠으며, 그윽한 버터향은 이대로 살이 쪄도 후회스럽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참 많이도 갔다.








따지고보면 올크팩은 내게 상당히 높은 진입장벽을 가진 곳이었다. 당시 30만원으로 한 달을 살던 학생에게 4,000원을 호가하는 크로와상의 가격은 꽤나 비싼 것이었고, 홍대까지 가는 데에도 한 시간 이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크팩에 출근 도장을 찍었고 뻔뻔하게 사장님에게 인사를 건냈다.









그 당시에도 올크팩은 인기가 좋았다. 가이드북을 든 일본인 손님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고, 내가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종류의 크로와상을 맛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나는 올크팩이라면 한없이 관대했다. 초코 크로와상이 없으면 아몬드 크로와상을 먹으면 되고, 마감 직전 선택권이 없을 땐 한 종류라도 남아있어줘서 감사하다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어두운 조명 아래 빵 하나, 음료 하나 주문하고 자리를 잡는다. 겹겹이 빛나는 크로와상과 얼음산 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잔히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진한 버터 향기를 맡고 있으면 다른 세상에 온 듯 행복해서, 나는 오랜 시간 그 풍경을 감상했다. 그래서 크로와상이 식고 얼음 산이 무너지기 시작할 때 쯤에야 겨우 포크를 가져다 댈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홍대 달빵 공장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매장 한 켠에 귀여운 베이글 가게와 스콘 가게가 살았던 적도 있었고 테이블이 사라진 자리를 신진 도예가들의 작품이 채우기도 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기억 속 갤러리가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며 샵에 가까운 형태가 된 것이다. 한가로웠던 홍대 앞 골목은 주말이면 오픈 전부터 긴 줄이 생기고,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사장님의 SNS 덕에 '오늘은 뭐가 나왔을까'하는 설레임도 줄었다.







그럼에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있다. 찬찬히 음미한 시간들이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쉐프님의 열정과 크로와상의 퀄리티다.

 만드는 사람은 하나고 원하는 사람이 많으면 욕심이 날 만도 한데, 절대 무리하지 않으시는 쉐프님. 아니, 이미 최대치의 수량을 만들고 계신 걸지도 모르겠으나 남의 손을 빌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홀로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의 양을 만들고, 그 과정과 결과물에서 만족감을 찾는 홍대 달빵 공장 공장장님.


기다림 끝에 빈 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을 겪으며 그러한 신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지만 적어도 나는, 이를 장인 정신 혹은 타고난 예술가의 기질이라 생각한다.





 정성과 신념이 만들어 낸 크로와상이 누군가에겐 예술 작품이 되는 공간, 홍대 올드크로와상팩토리.






하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이렇게 느끼는 사람도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세요^_^


둘) 예약이 불가한 곳이라 원하는 메뉴를 만나기 어려우실 수도 있어요. 있으면 일단 사세요!


셋) 평일에도 오후 4-5시면 빵이 다 팔려요. 일찍이 가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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