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훈이 Mar 31. 2017

열두번째, 망원동 빵집 그랭블레

이젠_유명해질때도_됐는데




빵집 : 그랭블레

위치 :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14길 36

메뉴 : 비주얼 폭발 크랜베리 크림치즈 바게트, 튼실한 호밀 앙버터, 치즈와 초코를 듬뿍 넣은 하드 계열의 빵들







'왜 안 유명하지?'

망원동에 골목가에 있는 노란 간판을 지나며 늘 궁금했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곳 망리단길과는 정반대에 있는 망원동 빵집 그랭블레. 아무리 큰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지만 너무 핫한 지역을 비껴 나서 인 걸까, 다소 예스러운 간판 때문인 걸까. 그랭블레는 몇 년째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아직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왠지 연륜이 느껴지는 외관.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문을 열면 군더더기 없는 실내와 큰 주방이 눈에 들어온다. 분주하게 빵을 만드는 직원분들, 한쪽 옆에서 야무지게 식어가는 빵들, 그리고 쇼케이스와 냉장고를 가득가득 채운 다채로운 종류의 빵. 먹고 갈 수 있는 공간도, 머무를 공간도 없는 것이 오직 빵을 위한 곳이란 느낌이 든다. 빵이 가장 화려한 인테리어가 되니 어찌 보면 기본에 가장 충실한 걸지도 모른다.









그랭블레의 첫인상은 다소 강렬했다. 하드 계열 위주의 투박한 빵들은 예쁘진 않았지만 건강함이 물씬 느껴졌고 크기도 상당했다. 압도적인 사이즈의 시식도 인상 적이었는데, 맛을 본 순간 느낌이 왔다.


아, 여기서는 정신을 차려야겠구나.

하드 빵이지만 말랑말랑했고, 초코와 롤치즈, 크림치즈 등을 적절하게 사용했다. 부재료의 크기도 빵만큼 튼실해 씹는 맛도 좋았으며 너무 짜지도 싱겁지도 않았다. 뭘 먹어도 입에 착착 붙는 것이, 긴장의 끈을 푸는 순간 재정난에 빠지기 딱 좋을 것 같다. 옷은 못 사도 빵은 턱턱 사는 내 기준으로 3만 원은 우스울 것 같은 느낌. (지금은 빵 사이즈가 줄고 가격도 함께 낮아져서 다행이지만 예전에는 무시 못할 가격이었다.)









가까스로 빵을 고르고 길을 나섰다. 나는 초코 깜빠뉴, 동행인은 크림치즈 바게트를 골라 하나씩 나눠 먹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맑은 하늘과 묵직한 빵 봉투, 이 순간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니 세상이 아름다울 수밖에.








이틀 뒤 다시 그랭블레를 찾았다. 분명 친숙한 조합과 맛인데 자꾸 생각났고 데려오지 못한 빵들이 어른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내게 망원동은 쉬이 갈 수 있는 동네가 아니었지만 엄마 선물, 망원동 나들이, 기분 전환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그랭블레를 찾았고 열심히 통장을 비웠다.









짧은 시간 여러 차례 방문했음에도 질리지 않는 것이 그랭블레의 가장 큰 매력인 듯했다. 바쁜 시기 냉동실 가득 채워 놓으면 마음이 든든했고 파스타, 요거트, 샐러드 등 어떤 것과도 잘 어울렸으며, 빵만 먹어도 충분히 맛있어서 간편하게 먹기 좋았다.



흡사 매일 먹는 밥 같은 매력의 빵이 있는 곳 그랭블레. 눈에 보이는 화려함보다 중요한 가치를 알게 해 주는 곳이다. 이제 좀 입소문 좀 났으면 좋겠다.












하나) 치아바타, 단호박 빵 등 아이에게도 줄 수 있는 빵들과 우리밀을 사용한 빵이 표기되어 있어요. 건강한 빵을 찾는 어머님들께 추천드립니다.


둘) 유명한 메뉴는 호밀 앙버터인데요. 다른 곳에 비해 빵이 부드럽고 속이 많지 않아 호불호는 갈릴 수 있어요. 시식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셋) 타르트, 샌드위치, 생크림 케이크 등 없는 거 빼고 다 있어요. 찬찬히 골라 보셔요 :)






  


매거진의 이전글 열한번째, 부암동 프레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