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듯 어색한 나의 아침
1.
한강 다리를 건너는 지하철 안에서 매일 남산타워를 본다.
아니 보려 노력한다.
빽빽한 사람들의 어깨너머로 보이는 유리창,
종이 한 장만큼 좁은 그 틈 너머로 남산타워를 보기 위해
목을 이리저리 쭉 빼본다.
이곳이 서울이라는 것을,
내가 사랑한 도시,
나의 고향 서울이라는 것을 일깨우고 싶어서.
2.
긴 줄이 하수구처럼 버스로 빨려 들어간다.
톡톡 떨어지는 비애 색색의 우산이 펴졌지만,
그 광경은 무채색 그 자체였다.
버스 한 대를 그대로 보내고 다음 버스에 몸을 싣는다.
'삐삑 - 환승입니다.'
소리가 몇 차례 들렸을까.
문이 한 번에 닫히지 않을 만큼의 사람들이 찬 후에야 버스는 출발했다.
누군가의 핸드폰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잔액이 부족하다는 소리도 들렸다.
하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무심하기 그지없는 아침이었다.
이 순간에 환멸을 느끼게 될 때쯤 나는 아마 퇴사를 하겠지.
3.
버스에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나를 치고 갔다.
통로가 좁은 걸까,
내가 삐쭉 튀어 나가 있던 걸까,
그 사람이 나의 선을 넘어온 걸까.
사실 정해진 경계는 없는데.
나 역시 잠시 머물다 내리면 그만인데.
그 짧은 순간에도 '나의 공간, 나의 세계'에 집착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나를 치고 간 그 사람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