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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훈이 Nov 23. 2017

나이 많은 신입사원 일기 - 브런치

모든 게 다 좋은 경험이다









‘일기’처럼 써 내려간 나의 글이 어딘가에 소개되었나 보다.

브런치에 글을 써 오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이번엔 유독 여운이 오래 남았고 나의 일상에도 꽤 큰 영향을 미쳤다.






매일 얼굴을 보는, 바로 옆자리에 앉은 사람의 이야기여서 일까.

그 사람을 볼 때마다 나의 비밀스러운 사건이 떠올라 비실비실 웃음이 났다.

그러다 ‘왜 혼자 킥킥 거려요?’ 질문도 들었지만, 나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추기가 어려웠다.






예전에 글이 노출되었을 땐 댓글이나 좋아요 보다는 공유가 조금 이뤄졌었다.

그래서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그마저도 몇 주 만에 브런치에 접속한 것이었어서 더 실감을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출퇴근길, 미팅 전 등 수시로 브런치에 접속해 나의 서랍에 이것저것 담아두고 있었는데

실시간으로 구독자 수와 라이킷이 늘었고, 계속해서 파란 점(알람)이 떴다.

그 변화가 신기해서 업무 중간중간 브런치를 들락거리며 괜히 화장실을 한번 더 가기도 하고,

가슴이 설레다 못해 터져버릴 거 같아 손이 가만히 있질 않았다.




좋았고, 신이 났다.

평생 접해본 적 없는 숫자의 사람들에게 나의 글이 공개되었다는 짜릿함이 있었고,

혼자만의 기록을 응원해 주는 사람들이 생겨 힘이 났다.




하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었던 것일까.

나의 글이 내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던 것일까.

속상한 댓글들도 있었고, 나의 생각을 꼬집는 댓글들도 있었다.




악플은 절대 아니었는데 내겐 꽤나 크게 다가와서

시간이 지날 수록, 새로운 알람이 보일 때마다, '이제 그만..’을 외쳤다.

아무리 봐도 전생에 개복치 사촌 정도 됐던 거 같다.




처음엔 마냥 속상해서 댓글을 지워야 하나, 글을 내려야 하나 고민했다.

마음이 설레 드나들었던 탕비실이

이제는 불안감을 어찌하지 못해 드나드는 공간으로 변했고,

이렇게 산만해도 될까 싶을 만큼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한 이틀이 지났을까.

찬찬히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다.

비난이나 욕도 아니었고, 나 좋을 대로 해석해 보면 도움이 되는 말들이었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을 헤아려주신 거니까.

그래서 그냥 놔두는 대신, 마음가짐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브런치는 나의 공간이지만 나만의 공간은 아니니

좀 더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기로,

한번 더 생각하고 글을 마무리짓기로 했다.






글을 마냥 꼬불거리는 활자로만 넘길 수 없는 이유는

그 안에 생각이 담기기 때문일 거다.


그리고 누군가가 나의 글을 읽는다는 건,

나의 생각과 그의 생각이 만나는 일이라는 것.


그렇기에 충돌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안에는 이해와 공감도 존재할 테니 너무 한쪽 면만 보며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시 본업에 집중할 수 있고

본업을 해야 내일모레 또 월급을 받을 테니까^.ㅜ






저 멀리서 불어 온 바람에 이 쪽 저 쪽 마음껏 흔들렸던 시간들.

한 주 동안 꿈을 꾼 기분이다.



아 -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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