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흘러가는 시간
지난 몇 달 사이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
글은 언제나 쓰고 싶었지만 시간도 여력도 없었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도 벅찼다.
브런치는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 외면했고
라이킷, 댓글, 구독 알람이 뜰 때면 어쩐지 울고 싶었다.
나의 이야기는 끝이 났는데,
혹시 기다리는 사람이 있으면 어떡하지.
모아둔 기억들을 꼭 정리하고 싶었는데,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서 어떡하지.
아쉬움과 속상함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길어졌다.
이성 한 줄기를 되찾은 어느 날,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건 흘려보내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그래서 또 뭔가를 시작해 보려고 계획 중이다.
자꾸 일만 벌여 놓고 못 끝내는 것 같지만,
매력이겠거니 - 하고 살아야겠다. 껄껄
기억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
잠시 사라진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
꾸준히 말을 걸어주는 이가 있다는 것
수시로 혼자이고 싶어 하지만
결코 혼자서는 살지 못할 내가
하루하루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
거창한 비밀이 아니라
소소한 보물을 나눈 후
우리는 더 가까워졌다.
'기준이 뭔데?'
라는 질문을 듣는 순간 알았다.
우리는 서로 다른 평행선 위에 서 있다는 것을.
누군가는 벌려놓은 일이라 했고
나는 약속이라 대답했다.
모든 걸 계획하며 살 수는 없지만
예정에 없던 삶으로 나를 이끈 사람에게
충분한 이해를 받지 못한다는 건 분명 슬픈 일이다.
하면 할수록 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 나는 이미 알고 있지 않나
아직 덜 여문 우리
앞으로도 여물지 않을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