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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아 Nov 06. 2023

쉴 새 없이 흔들리는 너에게

괜찮아, 바람에 몸을 맡겨보렴

안녕. 요즘 너의 시간은 어떠하니? 네가 나를 떠올리며 썼다는 그 글을 읽고 답장을 쓰고 싶었는데 쉽게 펜을 들 수가 없었어. 아마 네 눈에 비친 내가 실제의 나보다 더 나아보여서, 진짜 나를 드러내기가 조심스러웠지도 모르겠다. 네가 보는 나는 꽤나 단단하고 따뜻하게 느껴졌거든. 내가 지향하는 모습이었지. 그래서 내가 그저 꿈꾸던 모습을 너에게 강요했나, 아니면 거짓된 모습을 꾸며냈나,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나의 결론은 이거야. 설령 그게 연기의 결과일지라도 그건 내 모습이 맞다.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괜찮은 내 모습이 내 안에 조금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과 기쁨이 차올랐어.


너는 그런 사람이야. 자신이 보지 못하는 예쁜 모습을 발견해주는 사람. 무엇이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봐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상대가 진짜 꽤 좋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믿게 만드는 사람. 어쩌면 그게 자신보다 타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온 네 삶에서 자연스레 얻어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어. 어쩌면 외로움과 불만으로 똘똘 뭉쳐버리고 말았을지 모르는 마음들을 예쁘고 찬란하게 엮어 빛을 만들어내는 게 너의 달란트가 아닐까, 라는. 네가 가진 그 풍성함과 사랑스러움은 네가 자란 환경의 영향 뿐 아니라 그걸 잘 품고 반짝이게 만드는 건 너만의 능력 덕 아닐까.


어제는 약 한 시간 정도 걸었어. 요즘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느라 그렇게 아무런 제약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본 건 참 오랜만이었어.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도 반갑더라. 그 바람결에 몸을 내맡기며 흔들리는 나뭇가지나 들풀도 봤어. 사실 우리가 그런 걸 보면 ‘춤을 춘다’고 하잖아. 그들 입장에서는 세찬 바람에 꺾이지 않기 위해 뿌리에 힘을 팍 주고 온 몸으로 견디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러면서 생각했어. 중심을 잡는다는 건 끊임없이 흔들리는 게 아닐까? 흔들림 없이 그저 뿌리에 힘을 주고 바로 서있기만 하면 어느 순간 훽 뽑혀 버리지 않을까. 바람을 향해 그저 꼿꼿하게 서 있다간 꺾일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니 네게 불어오는 그 거센 바람결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춰보는 건 어떨까. 아주 사소한 너만의 리듬을 만들어서 말이야.


문득 그 작은 움직임이, 사소한 떨림이 우리가 오랫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어. 한없이 흔들리는 네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지만 옆에서 같이 몸을 흔들어 줄게. 그렇게 춤을 추다보면 언젠가는 우리 열매를 맺을 날이 오지 않을까? 그 달콤하거나 고소한 맛을, 단단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다.


나는 믿어. 선한 사람이 가진 단단한 힘을, 사랑스러운 이가 품은 부드러운 변화를, 그러니 너도 너의 가능성을 믿어보는 게 어때? 나도 모르던 내 멋짐을 발견해주었던 네 안의 놀라움을 믿어보길 바라. 언제나 응원할게. 춤추듯 흔들리는 너의 모든 순간을.


바람 속에서 마음을 담아,

담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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