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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담아 Nov 13. 2023

새 생명을 품은 친구에게

엄마가 될 친구에게 띄우는 마음

너는 오늘도 자기주도적으로 잘 먹고 있으려나? 나는 군산을 시작해서 정읍, 변산, 광주, 나주, 목포를 지나 오늘 배를 타고 제주에 도착했어. 많은 곳을 스쳐왔지만 사실 제대로 여행을 한 기분은 아니야. 차에 잔뜩 실린 일과 책의 무게만큼이나 마음과 책임이 무거웠거든. 오늘은 출렁이는 배에서도 컴퓨터 작업을 했다니까. 그러다가 금방 덮고 누웠지만. 그곳에서 만난 꼬마얘기를 잠깐해보자면, 젋은 엄마와 남매가 탔어. 여자 아이는 엄마를 그리겠다며 종이에 그림을 끄적였지. 엄마는 아이들이 혹여 바닥이 딱딱해 불편할까봐 이불을 깔고, 벽을 찾아 기대게 해주면서도 아이가 지우개 가루를 떨어뜨리지 않게 조심하고, 캐리어가 쿵 바닥에 떨어져 주변에 소란을 만들지 않도록 신경쓰더라고. 네가 생각났어. 물론 그 엄마는 너보다 조금 더 수줍고 조심스러워보였지만, 너였다면 더 사근사근한 미소로 주변에 양해를 구하고 아이를 더 카리스마 있게 대했을 수도 있겠지만, 아이를 배려하고 주변을 돌보는 그 노련하고 멋진 마음을 보며 네가 떠올랐어.


아이와 함께하는 너는 어떤 모습일까? 감히 상상이 안 되지만 분명 슈퍼우먼처럼 열심히, 멋지게 잘 해내겠지? 하나에서 둘이 되면서 마주하는 갈등과 고민을 너무도 지혜롭게 헤쳤듯이 둘에서 셋이 되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흔들림을 분명 현명하게 잘 다스릴거라 믿어. 그리고 그보다 더 크고 진한 기쁨과 감동을 만들어내겠지. 그게 너니까. 그런 널 닮아서 아가도 지혜롭게 세상의 크고 작은 시련을 잘 다스리고, 자신만의 짙고 진한 행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될거야. 아가가 만날 세상은 어쩌면 더 혼란스럽고 메마를지도 모르지만 분명 그 안에서 새로운 오아시스를 발견해내리라 믿어. 그 단단한 걸음과 멋진 지혜를 네가 가르쳐줄테니까. 그 과정에서 네가 만날 모든 순간을 응원해.


여기는 비가와. 이름답고 따뜻하기보다는 바닷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춥고 서늘한 밤이랄까. 앞으로의 일정 탓에 조금 날이 서 있기도 하고, 지금까지 누적된 피로감에 그저 퍼져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기도 해. 하지만 나아가야겠지? 그 두 개의 마음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으면서 말이야. 그 과정이 늘 고되지만 너같은 친구들의 단단하고 따뜻한 응원이 큰 힘이 돼. 따뜻하고 단단한 사람, 그리고 그런 글. 내가 되고 싶었던, 만들고 싶었던 그게 어쩌면 너와 같은 주변 사람들을 통해 배웠던 감정과 느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는 밤이야.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은 멀리 떨어져 있고, 우리의 일상도 점점 멀어지겠지만 그럼에도 늘 너의 삶을, 걸음을 응원해. 여전히 귀요미인 내 친구도, 소중한 존재의 엄마인 너도 말이야. 언제나 오래도록 건강하길 바라. 곧 만나자.


너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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