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향기 아래 열공하고 있을 당신, 안녕한가요.
얼마 전에 한 지인과 대화를 했어요. 왠지 모르게 좀 짠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이상했어요. 세상의 잣대로는 그쪽이 저보다 훨씬 나은 삶이거든요. 결혼, 적당한 집과 두 대의 차, 성실하고 착한 남편과 꽤 근사한 직장까지. 그럼에도 그의 입에선 주로 불평이 많았고, 예전만큼 환하게 웃지 못하더라고요. 안정을 바라면서도 또 짜릿한 설렘을 꿈꾸며 그 사이에 갇힌 여린 새 같아보였어요. 문득 당신이 떠올랐습니다. 매사에 당당하고 자신의 생각을 선명히 말하며 그 길로 가는 사람. 그러면서도 타인의 마음과 생각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사람. 또 꿈을 진짜 꾸고 다가가는 사람. 그 친구가 무채색의 희미한 습자지라면 당신은 쨍한 원색의 머메이드지처럼 단단하고 선명한 느낌이었어요.
또 다른 사람을 보고도 당신이 떠올랐어요. 책방 프로그램에서만난 분인데 ‘간디학교’라는 대안학교 교사래요. 조용한데 자신의 소신이 분명하고 단단한 사람같아보였어요. 조금 색은 다르지만 꿈을 고민하고 어려움이 있을 거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함에도 그 길을 ‘선택’하더라고요. 물론 조금은 현실에서 떨어져 있어 보인다는 점에서 저희와 조금 다르지만 그 단단한만큼은 당신을 떠올리게 했어요.
그곳은 어떤가요? 매일 열심히 일하고, 놀고, 공부하는 당신의 바쁜 삶을 엿보면서 놀랍니다. 그 열정과 에너지에 말이에요. 그렇게 빠듯한 일정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그 단단함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 신나는 웃음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에, 그 표정이 더 귀한 것 같아요. 그 점이 어쩌면 이 제주와도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친 바람이 분명 불고, 쉬운 환경이 아님에도 제주의 날씨는 따사롭게 느껴지고 꽃과 풍경은 아름다울 때가 많거든요. 그러니 이 어여쁜 제주의 모습은 단순히 여리고 고운 얼굴이 아니라 세찬 비바람을 이겨낸 멋지고 단단한 아름다움이 아닐까요?
시간이 흘러 우리가 꾼 꿈들을 이루고나면 우리는 어떨까요? 분명 새로운 설렘과 즐거움을 찾아서, 제주처럼 고혹미를 풍기며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겠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담아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