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딩크, 첫 시도에 자연임신 하다

이것은 어쩌면, 그러나

by 김험미

나의 브런치 스토리를 쭉 살펴본다면 그 제목만으로도 나의 심경 변화가 보일 것이다.

40대.

9년 차 딩크.

2025년, 횟수로 따지면 10년 차 딩크.

2024년 12월, 갑자기 아이가 갖고 싶다는 어마어마한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12월 산전검사 및 임신 준비.

1월 첫 임신 시도.

2월, 임테기에 선명한 두 줄.


그렇다.

제목 그대로의 일이 발생했다.

40대 딩크, 첫 시도에 자연임신에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이 그저 믿기지 않는다.

급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부터 시작된 폭풍이 그 정점을 찍으면서 폭풍의 눈 속에 들어간 기분이다.

주변 모든 것이 휘몰아 치는데, 고요하다.

그 정점이란 당연히 임신의 확인이다.


남편의 반응은 속된 말로 "이왜진"이었다.

"이게 왜 진짜"라는 반응.


남편의 반응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선 약간의 부연설명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가 소위 말하는 숙제(임신을 위한 사랑)를 하고, 딱 만 하루가 지났을 시점부터 나는 감기몸살 같은 증세로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누워있어도 극심한 피로감과 몸살 증세가 나아지질 않았다.

그 상태가 꼬박 이틀간 지속되자 나는 이상하고 쎄한 기분에 휩싸였다.

'이거 임신 아닐까?' 하고.


그런 생각을 한 건 평소 주위에서 강철이라고 혀를 내두를 정도로, 체력이나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타고났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내 체력은 좀체 떨어지는 법이 없었고, 아픈 적도 아주 드물었다.

평생 심하게 아팠던 건 노로바이러스 걸렸을 때와 언젠가 한 번 걸린 독감, 거의 이 두 번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에 거의 노로바이러스에 비견되게 아팠다.

이렇게 급작스럽게, 이정도로 아프다고?

이것은 나에게 상당히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4일이 지나도 증세에 전혀 호전이 없을 뿐더러 어쩐지 가슴이 붓는 느낌이 들자, 나는 결론을 내렸다.

'이건 임신이다.'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나 임신 같아."


남편은 내가 아픈 일주일 내내 이런 뜻을 담은 말을 내게 건넸다.


"자기도 나이 들어서 그래. 그렇게 자신하더니, 나이 드니까 아프기 시작하는 거야. 이제 내 마음이 이해되지?"

(평소에 워낙 자신만만해했던 나를 약 올리는데 은근히 재미가 붙은 남편의 대답이었다.)

남편이 계속 그렇게 말할수록 나는 오히려 오기에 차서 말했다.


"아니라고. 진짜 임신 같다니까."


물론 확신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니지만, 아픈 날짜가 늘어날수록 나의 확신은 점점 더 굳어져갔다.

나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아플 사람이 아니다(!?)는 믿음이 준 확신이었다.

그리고 결과가 보일 날짜쯤에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임테기를 사용했다.

금세 선명하게 보이는 두 줄.


나는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남편에게 바로 임테기를 들이밀었다.


"거 봐. 내가 임신이라고 했잖아!"

"......?"


남편의 반응은 딱 "이왜진"이었다.

그게 진짜라고?


"진짜? 진짜라고? 진짜로?"


남편은 진짜를 몇 번이나 계속 연발했다.


그리고 병원에서 임신을 확인하고 왔다.

임신 6주 2일, 아기집, 난황, 심장소리를 확인했다.

이 글이 올라가는 현재, 임신 8주차에 접어들고 있다.


2~3달 만에 이 모든 일이 휘몰아치며 든 강한 생각이 있다.


이것은 어쩌면.......

지금, 이 시점에 와서야 내가 아이를 가지게 될 필연적인 일은 아니었을까.

흔히들 말하는 운명이 아니었을까.

운명, 이라는 단어를 가볍게 쓰고 싶지도 않고 혹은 거기에 너무 큰 무게를 두고 싶지도 않지만.

그럼에도 이 일이 기적처럼 느껴지는 것은.

이 모든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신비로운 일이라는 것은.

어쩌면, 이것은... 내가 40이 넘어 이 아이를 가지게 될 그런 운명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자연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임신 6주 3일, 병원에서 심장소리를 확인하고 온 바로 다음 날이었다.

갑자기 배가 살짝 아프더니, 피가 쏟아졌다.

하혈이었다.

이와 관련해선 다음 글에서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그렇다. 쉽고 즐겁기만 한 운명은 없을 것이다.

운명이 어떤 형태로 다가오든 그것을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와 마음가짐만이 있을 뿐.


오래 기다리고 계신 분들도, 이제 막 기다리기 시작하신 분들도, 아기를 기다리시는 모든 분들의 숭고한 마음을 응원합니다.

소망하는 모든 가정에 모두 건강한 아기가 찾아오길.

모두 무사히 아기 천사를 품에 안는 그 날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건강하고 복이 가득한 주말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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