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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하구름 Jun 03. 2022

매나니



*이따금: 얼마쯤씩 있다가 가끔.
*눈송이: 굵게 엉기어 꽃송이처럼 내리는 눈.
*김쌈: 김으로 밥을 싼 음식.








매나니: 아무 도구도 가지지 아니하고 

맨손뿐인 것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 매나니뿐일지라도,


때로는

빗방울을 피하는 우산이 되어주고


때로는

눈을 간지럽히는 햇살을 피해

그림자를 드리워주고


때로는

떨어진 단풍잎을 집곤

닮아있는 모습에 옅은 미소를 띠게 해주고




때로는

눈송이를 맞으며 겨울을 담아보고


때로는

꽃잎과 풀잎을 어루만지며

안녕~ 인사도 건네보고


때로는

밤하늘을 향해 팔을 뻗어

별과 달 사이에 나란히 두고선

우주여행도 해보고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 매나니뿐일지라도,


이따금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어깨를 두드려주며 안갚음하고


이따금

사랑스러운 갓난아기와

강아지 고양이를 쓰담쓰담


이따금

목마른 동물들을 위해 두 손에 물을 받아

작은 호수를 만들어주고




이따금

김쌈이나 주먹밥을 만들어

추억의 꿀맛을 선물해 주고


이따금

물감을 묻혀

오래된 담벼락의 상처를

그림으로 메꾸어 주고




지금 내게 주어진 것이 매나니뿐이어서

어쩌면 다행이라고


어찌 보면 나를 지켜주고

반짝반짝 빛나게 해주는

별 같은 모양을 한 매나니,


나의 별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매나니면

참 좋겠는데




마법을 부려봐야지

요술 가루를 뿌려봐야지

세상이 어두워질 때면 별빛으로 환하게 비춰봐야지,  


크진 않아도

행복이 담긴 자그마한 변화는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오늘도 고생 많았지

내일도 잘 부탁할게!


나의 별, 내 매나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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