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제도 나갔는데 오늘도 나갈 거야?”
어제 대구에 있는 결혼식에 다녀오느라 거의 종일 집을 비웠고 오늘은 몇 주 전에 약속해 둔 등산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나와야 했다. 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우선시하는 나는, 주말에 혼자만의 스케줄을 이틀이나 연이어 배치하진 않는다. 평일에도 오전 일찍 헤어져 저녁때나 만나기 때문에 주말은 가능하면 아이와의 시간으로 채운다. 그에 대한 불만도 쌓이는 것도 없다. 그냥 내겐 당연한 것이다.
이번주 토요일에 있던 결혼식은 친척 결혼식으로, 온 가족이 출동하는 것이었는데 독감으로 고생했던 아이들과 남편은 두고 혼자가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단독일정이 되어버렸고 이미 정해져 있던 일요일까지 단독일정이 연이어 배치가 된 것이다.
사실 일요일 등산은 만남 자체가 중요했던 성격의 약속이라 그냥 집에서 보는 것으로 대체할까 고민했었는데 약속의 내용이 바뀌는 것도 싫고 오랜만에 등산도 하고 싶어 애써 변경하진 않았다. 그러나 끝내 나이 입에서 오늘도 나가냐는 볼멘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약속대로 등산을 하기 위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여느 날과 달리 열심히 책도 읽어주고 적당히 놀이에 참여하여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함을 덜어놓고 약속 시간에 과감히(?) 나왔다. 내가 특별한 이유 없이 아이의 말에 안쓰럽다는 이유만으로 약속을 취소하거나 바꾸면 나도 아쉽지만 그걸 보는 아이에게도 좋을 영향을 줄 것 같진 않았다.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것 같지만 그 어느 때보다 내가 등산을 "아주" 하고 싶었다.
내내 춥던 날씨였는데 이 날은 등산하기 좋게 따뜻했고 하늘도 맑고 파랬다. 편도 1시간 정도의 짧은 산행이지만 오랜만에 만난 후배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오르니 즐겁기도 하고 적당히 힘들며 약간 흘린 땀이 주는 상쾌함이 최근 묵힌 마음마저 뻥 뚫어주는 것 같았다. 사실 가족들에겐 아쉬움 가득한 표정을 지었지만 전날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녀왔던 결혼식도 왠지 모르게 재밌었다. 이동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전혀 지루함 없이 발걸음 가벼이 다녀왔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 심적으로 편안한 행복감을 주고 큰 의미를 주지만, 가끔 갖는 나 혼자만의 시간도 그에 못지않은 행복감을 주었다. 케어할 아이 없이 스케줄을 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편한 게 당연한 거고 이를 모를 리 없지만 그동안 왠지 모르게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주 나로서는 과감하게 실행에 옮기고 나니, 이 상쾌하고 만족스러운 기분이 나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결국 그게 나의 가정에도 좋은 영향을 주는 일 임에 틀림이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앞으로도 종종~ 과감히 움직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