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9/100]불안 세대

조나단 하이트가 제안하는 Z세대를 구하는 방법

Righteous Mind라는 뛰어난 책을 저술한 조나단 하이트의 신작이다. Righteous Mind는 《바른 마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는데 《도덕적 인간》이라는 제목이 더 맞을 듯하다. 이 책의 성공 이후 그 전에 저술한 《행복 가설》도 국내에 소개되었는데, 전작의 명성 때문인지 《바른 행복》이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불안세대》는 그 이후에 쓰여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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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사회심리학자 진 트웽이는 2017년 저서 《iGen》에서 세대간의 차이는 어릴 때 사용한 기술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대를 구분하는 가장 결정적 요인이 '사건'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것.


나는 흑백 TV로 아동기를, 컬러 TV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냈다. 트웽이에 따르면 X세대는 아동기 기억 중 놀라울 만큼 많은 부분이 TV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날로그 아동기를 보낸 마지막 세대로, 동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엄청난 자유를 경험했다.


90년대 후반에 태어난 아동은 스마트폰이 디폴트가 된 세계에서 사춘기를 보낸 역사상 최초의 세대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울증과 불안, 자해의 급증이었다고 하이트는 지적한다.


하이트는 놀이기반 아동기 대신 스마트폰 기반의 아동기를 보내면서 이 세대가 방어모드에서 주로 살아가며 '안티프래질' — 위험도가 낮은 놀이를 통해 실수나 실패를 경험하면서 강해지는 성질 — 을 제대로 발전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Z세대가 대학교 캠퍼스에 도착하자마자 상담센터들이 분주해졌고, 2010년에는 아무 논란도 없던 책이나 발언이 2015년에는 유해하고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아동기의 뇌가 어떻게 되는 걸까?


인간은 진화적으로 긴 아동기를 보내면서 놀이를 통한 사회적 학습으로 뇌를 완성한다. 뇌는 5세 무렵에 이미 완전한 크기의 90%에 달하지만, 후기 아동기 동안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 낡은 연결을 없애면서 가장 최적화된 뇌를 완성해간다. 사회적 학습은 대략 9~15세 사이에 가장 민감하게 이루어진다.


Z세대는 전 세대와 달리 이 결정적인 아동기를 스마트폰과 함께 보내면서 '놀이'를 통해 학습할 시간을 박탈당한 세대다. 아이의 뇌가 제대로 발달하려면 자유놀이를 많이 해야 하고, 특히 위험한 신체적 놀이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역량을 발달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부모들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양육으로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박탈했고, 오프라인에서의 과잉보호는 온라인에서의 자유방임과 맞물리면서 그 해악을 더 키웠다.


어른의 뇌는 안전할까? 그리고 '디지털 설탕'의 위협


인간의 뇌는 죽을 때까지 변하는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고 있다. 20대 중반에 전전두엽이 완성되며 '제동 장치'가 생기긴 하지만, 스마트폰은 그 제동 장치조차 무력화할 만큼 강력하다. 성인들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현상을 겪는다. 강렬하고 즉각적인 자극에만 반응하고, 깊이 있는 독서나 복잡한 사고를 지속하기 어려워하는 것. 아이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성인 역시 SNS를 통해 타인의 하이라이트 장면과 나의 일상을 비교하며 은밀한 박탈감과 불안을 느낀다. 우리 역시 하이트가 말한 '방어 모드'에 갇혀 새로운 도전보다는 안전하고 자극적인 도파민의 수용체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설탕이나 기름, 조미료에 인간이 끌리는 건 진화적으로 그렇다. 원래는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와 영양분을 얻기 위한 것이었으나, 과학 기술로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거부하기 힘든 자극이 도처에 깔렸다. 결국 생존을 돕던 진화된 본능이 인간을 비만으로 이끄는 역설. 게으름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에너지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진화했으므로 게으름은 생존 본능이지만, 조상들은 게으를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았다. 이제는 거의 걸을 필요도 없는 세상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의지력을 발휘해 일부러 몸을 움직여야 한다. 이제 식욕과 게으름은 다스리지 않으면 개체의 생존에 위협이 된다.


TV와 스마트폰의 등장은 뇌에 있어서 설탕과 기름, 조미료와 같다. '상호성'과 '협력'을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인간에게 '가십(정보)'과 '사회적 평판'은 필수적이었기에 뇌는 이를 얻을 때 쾌락을 주도록 설계되었다. 가십, 스토리, 드라마가 뇌의 보상 회로를 자극하는 건 버그가 아니라 설계 그 자체다. 지금의 알고리즘은 이 진화적 취약점을 정밀하게 공략한다. 유튜브는 가장 자극적인 스토리만 골라 연속 주입하고, 소셜미디어는 사회적 비교 본능을 24시간 켜놓으며, 넷플릭스는 클리프행어로 "다음 화" 욕구를 끊임없이 자극한다. 쇼츠, 릴스, 자극적인 뉴스는 영양가는 없지만 혀만 즐겁게 하는 '정신적 정제당'과 같다.


이건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이트가 Z세대에 집중한 건 뇌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노출됐기 때문이지, 성인 뇌가 영향을 안 받는다는 뜻이 아니다. 성인은 전두엽이 발달해 있으니 통제력이 좀 더 있을 뿐 — 본질적으로 같은 회로가 같은 방식으로 공략당하고 있다. 비만은 눈으로 보인다. 뇌는 잘못되어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 위험하다.


케이크나 치킨을 매일 끼니마다 먹지 않듯이,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TV 시청을 줄이고 책과 사색, 사람과의 대화, 오프라인의 경험에 더 많은 시간을 써야 한다. 건강식을 챙겨 먹듯이, 의도적으로 내 뇌가 소비하는 것들을 계획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쉽지 않다. 설탕을 끊는 것만큼이나.


과연 Z세대는 망했나?


책을 읽으면서 드는 의문은 정말 Z세대가 스마트폰 때문에 망한 세대인지, 아니면 단지 우리가 이해 못하는 세대인지였다.


사회학자나 미디어 학자들 중 일부는 하이트가 '정상성'의 기준을 과거(오프라인 중심)에만 두고 있다고 비판한다. 내가 69년생으로서 산과 들에서 친구들과 놀며 얻은 '조율(Attunement)'의 감각이 소중하듯, Z세대는 온라인에서 수천 명과 소통하며 얻는 '디지털 조율' 능력을 키우고 있는 건 아닐까. Z세대의 "전화 공포증(Phone Phobia)"을 기성세대는 '소통 능력 퇴화'로 보지만, Z세대에겐 효율적이지 않은 실시간 소통을 거부하고 텍스트로 정교하게 편집된 소통을 선호하는 '양식의 변화'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기성세대는 늘 "이번 세대는 망했다"고 예언해왔다. 소크라테스는 "책(문자) 때문에 사람들이 기억력을 잃고 멍청해질 것"이라 걱정했다. 라디오와 TV가 나왔을 때도 똑같은 '뇌 파괴' 우려가 있었다.


미디어 이론가 클레이 셔키는 2010년 저서 《Cognitive Surplus》에서, 인류가 지난 50년간 TV를 보며 낭비했던 연간 2,000억 시간의 '인지적 잉여'가 인터넷을 통해 공유와 창조의 에너지로 전환되었다고 주장했다.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두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으며, 외부의 지식창고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기술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Z세대의 인지적 진화 가설


하이트는 평균을 봤다. 그리고 평균이 나빠졌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하지만 나는 다른 질문이 생긴다 — 이 환경에서 오히려 탁월해진 소수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환경이든 그 환경에 적응해서 번성하는 개체가 나온다. 디지털 환경에서 단순히 살아남은 게 아니라 오히려 그 환경을 활용해서 탁월해진 Z세대가 분명히 존재할 텐데, 그들은 어떤 특성을 가졌을까.


몇 가지 가설을 던져볼 수 있다.


방대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란 세대는 깊이 읽는 능력은 약해졌을 수 있지만, 반대로 노이즈에서 신호를 빠르게 추출하는 능력은 이전 세대보다 훨씬 뛰어날 수 있다. 사냥꾼의 집중력이 아니라 레이더의 감지력에 가까운 능력.


소셜미디어에서 살아남으려면 자기 자신을 스토리로 만드는 능력이 필수인데, 이게 훈련된 세대는 자기 정체성을 언어화하고 포지셔닝하는 능력이 이전 세대와 차원이 다를 수 있다.


Gen X가 깊은 관계 몇 개에 의존했다면, 디지털 생존자들은 약한 연결(weak ties) 수천 개를 실질적인 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을 터득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알고리즘이 매일 바뀌고 트렌드가 하루 만에 뒤집히는 환경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불확실성에 대한 내성이 구조적으로 높을 것이다.


적응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것들


같은 환경에서 무엇이 적응자와 피해자를 가르는가. Z세대 연구들이 암시하는 건 세 가지다. 오프라인 사회적 지지의 유무, 외향성과 같은 성격 특성, 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 디지털 리터러시의 질이다. 소비자로만 자란 아이와 생산자로 자란 아이의 차이. 유튜브를 보기만 한 아이와 만들기까지 한 아이는 같은 환경을 완전히 다르게 소화한다는 것이다.


앞에서 아이들만 걱정할 게 아니라는 말을 했다.


'불안세대'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오프라인 관계를 강화하고, 내가 무엇을 소비하는지 인지하며 계획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적응하며 진화한 GenZ의 방식에서 배울 것을 찾아보자. 나에게 주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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