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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Dec 06. 2020

나보다 어린 유튜버에게 질투 나던 일요일 아침

남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

나는 유튜브를 자주 본다. 특히 내가 많이 보는 카테고리는 패션과 뷰티에 관한 것들이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패션 잡지 보는 걸 정말 좋아했는데, 이전에 잡지회사에서 인턴을 하던 친구가 잡지회사에서 경쟁자로 인스타그램을 설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만 해도 몇 년 전이니 지금은 유튜브까지 확장되지 않았을까? 나는 예쁘고 좋은 것,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의 플랫폼으로서의 유튜브를 즐긴다.


유튜브 보는 것을 시간 낭비로만 여기진 않는다.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라이프 스타일 워너비'인 요즘 유튜버들은 가장 트렌디한 것, 가장 센스 있는 것 등이 무엇인지 일상 속에서 몸소 보여준다. 나는 그 속에서 패션, 뷰티는 물론 맛집, 여행지 등 많은 정보를 얻어 간다. 센스를 배워가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좋은 것들을 많이 볼 수록 내 감각과 안목도 높아지는 것은 학습 효과가 주는 자명한 결과일 것이다.


게다가 기존의 매체는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에 사는 것 같은 모델들, 내겐 와 닿지 않는 저명인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편으로는 원더랜드를 제공하지만 한편으로는 따먹을 생각조차 안 하게 되는 너무 높은 곳에 있는 포도 같은 이야기들을 생산했다. 그러나 이 유튜브라는 매체는 이제 연예인도, 일반인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것 같은 사람의 일상을 친근하게 그리고 속속들이 공개해준다.


유튜버의 개인적 취향은 물론, 개인사, 가정사, 하루하루 일상 등을 우리는 이제는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네모 반듯한 액정을 통해 넋을 놓고 바라보고 있다. 어떨 때는 내 진짜 친구보다 유튜버를 접하는 시간이 많아, 소위 말하는 '내적 친분'이 생기고, 유튜버의 대소사에 진심을 담아 같이 축하해주기도 울어주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내 '실친'을 만나기도 힘든데, 이런 유튜버들과의 관계 형성(?)은 나의 사회적 욕구 혹은 관계 욕구를 채워주기도 한다. 특히 요즘 같이 새로운 관계 형성의 기회가 줄어들고 관계 형성에 소극적인 사람들에게는 더욱이 꼭 맞는 옷일 수 있다. 그 관계에선 상처 받을 일도 없다.(간혹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가 봐도 너무 봤을까. 일요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한 유튜버의 브이로그를 보는데 자괴감이 세게 들었다. '나도 내 차가 있어서 여행 갔으면', '나도 집에서 저런 레이스 달린 잠옷 입고 싶은데 현실은 늘어난 티네', '나도 명품 갖고 싶다', '나도 마른 체질이었으면 좋겠다', '나도 강아지 있었으면 좋겠다(?)' 등... 나보다 나이 어린 그녀의 유튜브를 통해서 내게 없는 것들, 부러운 것들, 나도 갖고 싶은 것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고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도 알고 나도 알고 구독자들 모두 알 것이다. 그녀의 일상이라고 올라온 영상도 좋은 것만 편집한 것들이고, 그녀에게도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을 거라는 걸. 그런데 우리의 말초 신경이 그렇지 못한 걸 어쩌나. 그녀의 일상은 흥미롭고 예쁜 것들로만 가득해 보인다. 심지어 시간마저 편집해버려 지금의 그녀도 똑같이 코로나로 인해 집에 박혀있을 터인데, 지금 이 시간에도 이런저런 재미있는 일은 다 하는 것 같이 보이게 한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나는 관음증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그녀가 보여주는 일상은 언제나 짜릿하고, 그녀가 사는 것들은 사고 싶어 진다. 유튜브를 보지 않으면 뒤떨어질 것만 같고, SNS 디톡스를 해보겠다고 어플을 싹 다 지워봐도 하루면 다시 앱스토어에 들어가 앱을 다시 다운로드하는 나를 발견한다. 디지털 세계와 나의 현실 세계 사이의 중용을 찾는 것은 이 시대 최고의 난제인 것 같다. 남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 가끔은 내게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면서 크리스마스 재즈를 들으며 이 글을 쓰는 것으로 오늘 하루의 위안을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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