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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Jul 04. 2021

 쇼핑, 독일 vs 프랑스?

[프랑스 교환학생기] 30. 독일로 쇼핑 가기

스트라스부르에서 교환학생으로서 시간을 보내는  장점  하나는 아무래도 독일과 접해있다는 점일 것이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라는 독일식 이름에서도   있듯이 스트라스부르는 역사적으로도 독일령과 프랑스령이 18번이나 바뀐 곳이다. 1 세계대전이 끝나는 1918 11 18일에서야 비로소 프랑스령으로 안착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적에 읽어본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의 배경이 알자스로렌 지방인데, 스트라스부르가  지방의 수도이기도 하다.

 

물론 스트라스부르 지역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서로 국경을 맞대고 있고 이 접변이라는 것을 통해 놀랍고도 재미있는 일들이 펼쳐진다. 사면이 막힌 나라라든지, 아무리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도 국경을 넘기 힘든 나라에 살아보면 알 것이다. 유럽이라는 대륙이 재밌게 살기엔 얼마나 좋은 땅 덩어리인지!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손쉽게 오가며 이로 인해 시너지를 낸다. 나 같은 경우는 독일 마트에서 장을 봄으로써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었다. 프랑스 물가에 비해 독일 물가가 저렴했기 때문. 사실 외식 물가는 큰 차이는 안 났지만, 공산품 같은 것들이 훨씬 저렴했다. 마트 원정을 떠난 곳은 독일 Kehl(켈)이라는 지방이었는데 버스로 20분 정도면 도착했다. 처음 프랑스에서 독일로 넘어갈 때는 괜스레 심장이 두근거렸다. 중간에 군인들이 검문이라도 하나 싶었지만, 프랑스에서 독일의 아우토반으로 넘어가는 과정은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웠다. 우리는 검문이나 자기 증명의 필요 없이 독일 땅을 밟을 수 있었다.

 

나름 이곳 생활도 자취라면 자취라서 다양한 생필품들과 식기구, 침구류 등 공산품이 많이 필요했다. 이것도 스테레오 타입인지 모르겠으나, 프랑스 공산품들은 브랜딩이 잘 되어있고 어딘지 고급스러운 느낌이라면, 독일 제품들은 디자인이나 브랜딩은 투박해도 실용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듯했다. 치약, 샴푸, 로션과 같은 제품들도 독일에서 많이 구입을 했다. 프랑스의 제품들은 왠지 향기만 화려하고 내게 맞지 않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주류 코너는 독일에서도 역시 지나칠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마치 와인의 성에 둘러싸여 내가 압도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 독일에서는 맥주가 이를 대체했다. 이 얼마나 짜릿하면서도 극명한 차이인가! 이 모든 와인과 맥주를 모두 마시지 못하고 온 것이 한이 될 따름이다.

 

한편 독일의 캐셔들이 매우 친절했던 기억이 난다. 또 동양인인 우리를 보곤 대부분의 캐셔들이 우리를 영어로 응대해줬다. 프랑스에선 어림도 없던 일. 영어를 하지 않았고 뚱한 표정으로 물건을 계산하기 바빴다. 물론 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언어를 하는 것이 예의라는 것에 백번 공감하고,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마치 서비스 기계처럼 무조건적으로 친절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긴 하다.

 

한 번은 한국인 언니와 같이 독일 마트로 원정을 나간 날이었는데, 독일에선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서 서로를 잃어버린  각자 집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 황당하면서도 웃긴 일이었다. 돌아오는 길이 왠지  쓸쓸하고 허탈하게 느껴졌던 날이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터키계로 보이는 남자가  앞에서 궐련을 말고 있었다. 유럽에 오고 나선 이런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담배 값이 비싸서라고 누군가에게 들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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