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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일홈 Sep 08. 2019

당신도 혹시 필라테스 하세요?

1년 넘게 필라테스 하고 삶의 질이 달라진 후기

 나는 필라테스를 1년 3개월 정도 배웠다. 1년은 구립 센터에서 소도구 필라테스를 했고, 3개월은 기구 필라테스를 하는 사설 학원을 다녔다. 사실 대학생 때 친구가 꾸준히 필라테스를 하고 있었고 내게 추천을 했는데, 그 때는 그 비싼 걸 굳이 왜 하나 싶었다. 이제 와서 보니 필라테스를 하고 난 후 나의 삶은 너무나도 달라졌다. 나도 더 일찍부터 했으면 내 인생이 얼마나 더 달라졌을까 싶다. 나에게 더 적극적으로 추천을 하지 않은 친구가 얄미워질 정도다. 그러니 오늘은 적극 추천을 하는 시간.


 필라테스라는 운동 자체가 처음에는 뭔가 와 닿지 않는 면이 있다. 요가랑 뭐가 다르지? 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위키백과님의 도움을 받아본다.


필라테스(영어: Pilates 또는 Contrology)는 1910년대 중반기를 전후한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영국의 랭커 스타 포로수용소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독일인 요제프 필라테스(Joseph H. Pilates)가 포로들의 운동 부족과 재활 치료, 정신 수련을 위해 침대와 매트리스 등 간단한 기구만으로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근육 강화 운동이다.


 즉, 필라테스라는 사람이 운동 부족에 시달리며 재활치료가 필요한 포로들을 위해 만들었다. 저 '포로'라는 단어 대신에 '현대인'을 넣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다. 침대나 매트리스만 깔린 작은 방에서 서식하며 운동 부족에 시달리는 수많은 지인들이 떠오른다.


 1년 동안 소도구 필라테스를 했는데, 운동 효과 측면에서는 마음에 들었다. 소도구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집에서도 쉽게 따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구립 센터의 특징상 수업 내용이 매번 같아서 지루한 면이 있었다. 수업에는 주로 주부 수강생들이 많았는데, 아기 맡길 곳이 없어서 필라테스 수업에 갓난쟁이를 데려온 분이 기억난다. 최연소 수강생으로 너무너무 귀여웠다.


 최근에 다시 기구 필라테스를 시작했다. 친구의 추천으로 하게 되었는데 1:6 강의로 수업마다 강사 1명에 수강생 6명이 붙어서 하는 기구 필라테스 학원이었다. 핑크톤에 노란 조명으로 꾸며진 학원은 여자들의 마음을 저격하기에 충분한 공간이었고, 1:6 강의에 한 달 11만 원 꼴이었는데(물론 3개월 등록 시), 가격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됐다.


 수업은 스트레칭 10분, 유산소 15분, 본 운동 15분 정도. 척추와 어깨, 고관절 등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은 이 스트레칭을 하기 전의 인생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습관이 된다. 유산소는 짐볼의 위쪽을 살짝 잘라놓은 거 같이 생긴 보수(BOSU)만 있으면 할 수 있는데, 작은 공간에서도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으니, 포로들이나 현대인들에게 딱 적당하다고 할 수 있다. 기구를 활용하는 본 운동에 관해서는,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꼭 기구의 도움이 필수적인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맨몸 운동이나, 소도구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기구를 활용하면 더 재미있고 지루하지 않다는 점은 맞다.

 

 또 필라테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호흡법인데, 이 호흡법은 다른 운동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하면 정말 좋은 호흡법이다. 코어에 힘을 주기 때문에 앉아서도 코어 운동이 가능하다. 흉통의 크기가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숨을 들이쉴 때 어깨와 가슴은 들지 않고 갈비뼈 안쪽인 흉통만 부풀리고, 내쉴 때는 입으로 온 힘을 다해 공기를 빼내 흉통을 조이는 방법)


 첫 수업은 월요일에 듣게 되었는데, 사람이 말 그대로 '발 디딜 틈 없이' 많았다. 매트가 깔릴 만한 공간엔 죄다 깔려 있었다. 월요일 저녁이 가장 사람이 많은 시간대라고 한다. 주말에 먹은 것을 후회하는 참회의 운동 인파임에 틀림없다. 평일이나 다른 시간대는 사람이 덜 하긴 하지만, 그래도 학원은 항상 꽉 차 있었다. 또 신규 가입이나 재등록 상담을 하는 인원이 끊임없이 있고, 이 학원의 체인점은 수십 개는 되는 것 같았다.


 요즘 필라테스가 인기라는 점을 실감한다. 여자들은 물론, 주변에 남자분들도 내게 필라테스 문의를 한다. 대게 남자 수강생을 받는 곳이 아예 없거나, 여자뿐이 없어서 대게 포기를 하곤 하지만. 실제로 학원에 남자가 간혹 한 명씩 들어와도 한 달을 못 버티고 나가더라.  그렇지만 필라테스는 성별과 연령을 불문하고 정말 좋은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우선 즉각적인 효과를 본 것은 내 허리 통증이 사라진 것이다. 입사 후 오랜 시간 책상에 앉다보니 허리 통증에 시달렸는데 필라테스를 하고 나니 거짓말 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코어 근육을 기른 효과인 듯 하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통해 즉각적인 효과를 바라는 것도 좋겠지만, 천천히 인내심을 가지고 기본기를 다진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


필라테스가 중점을 두는 것은 호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 근육을 어떻게 쓰고 기르는 지를 깨우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필라테스의 또 다른 영어 이름처럼 내 몸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배우니, 삶의 질이 몇 배는 좋아짐을 실감한다. 또 차분한 분위기에서 내 몸에 집중함으로써 머리가 비워지고, 다른 운동에서는 쉽게 취할 수 없는 유연성 또한 기를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언제고 내 기본기가 부족하다고 느껴질 때 다시 필라테스를 찾을 것 같다.



*커버 사진 출처 : Pilates in the gr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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