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수 Feb 05. 2024

소식가였던 내가 어느 날 대식가가 되었다.

나의 스트레스 해소법 일기(1)

나의 식사 적정량은 밥 반공기 정도이다. 식당에서 일 인분을 다 먹는 일은 드물다. 어릴 때부터 입은 짧았고 음식이 금방 물렸다. 게다가 소화기관이 튼튼하지 않아서 체하는 것은 일상이었고 소화제는 필수품이었다. 그렇게 지금까지 생활해 오니 식습관을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위가 5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늘려보려고도 했지만 쉽지 않았다.


놀랍게도 이런 내가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해소했다. 정말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을 때면 떡볶이에 치킨, 과자,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까지 정신없이 먹어 치웠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음식으로 풀어야겠다 생각하고 먹는 것이 아니라 본능처럼 흡입했다. 먹는 그 순간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먹을 때만큼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시간도 없었기에 더 오래 쉬려고 많이 먹기도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많은 양의 음식들을 소화시키는 능력이 없었고 이렇게 폭식한 날이면 먹고 바로 다 토했다. 그래도 자주 그러는 것은 아니었고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은 날이나 스트레스가 쌓인 날에만 그랬다.


처음에는 나도 내가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줄 몰랐다. 처음에는 그냥 단지 ‘배가 많이 고프구나 오늘 입맛이 좋나 보다.‘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리고 평소에는 더 이상 안 들어갈 순간이지만 계속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계속 먹기도 했다. 원래 포만감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때만큼은 포만감이 너무 좋았다.


그러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면서 생각해 보니 내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큰 일을 치르고 나면 폭식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먹는 것은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지만 구토는 정말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이었다. 안 그래도 잘 작동하지 않는 소화기관을 더 망쳐놓았다.


그래서 일단 임시방편으로 먹는 양을 조절했다. 먹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어도 평소에 먹던 양까지만 덜어서 먹었다. 그 이후에는 참았다. 다행히 양을 조절하니 토하는 건 멈출 수 있었다. 그리고 점점 폭식하는 습관도 없애고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