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나를 조절하기
이 악순환을 끊어 내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각을 끊어내야 했다. 생각을 끊어 내는 훈련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나는 원래부터 쓸모없다면 쓸모없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 찬 사람이다. 게다가 생각들은 한 번 시작되면 끝도 보이지 않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었다. 생각을 멈추려고 하면 저기 한 구석에서 생각이 슬그머니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도 나는 계속 나로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이 훈련은 꼭 필요했다.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뿐만 아니라 평소의 내 삶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도 필요했다. 또한, 사람에게 상처를 잘 받는 사람으로서 이 방법은 사람에게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잊기에도 참 좋은 방법이었다.
먼저 생각을 그만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더 이상 투입되지 않아야 했다. 게다가 인터넷에 병에 대해 검색할수록 괜찮다는 이야기들보다 절망적인 이야기들만 가득이었기에, 여러 면에서 보았을 때 정보의 투입은 득이 아니라 독이었다: 그렇게 검색창 아저씨와는 거리 두기를 실시했다.
그러고 나서 나는 흰 스케치북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스케치북을 말이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이런 단순한 상상으로 나의 관심이 총동원된 생각들을 멈춘다는 건 내가 들어도 말이 되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는 흰 스케치북을 상상하면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며 생각들을 계속했다. 이 힘없는 단순한 스케치북이 나를 막는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생각을 끊어 내야 할 때는 계속해서 깨끗하고 아무것도 없는 흰 스케치북을 상상했다. 스케치북에는 그림을 그리지 말자는 규칙도 만들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이 별거 없어 보이는 스케치북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흰 스케치북을 상상하니 머릿속이 누가 청소해 주고 간 기분이었다. 게다가 다음일에 더욱 집중이 잘 되었다. 신기했다. 효과가 없을 것 같던 이 훈련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아직도 항상 생각을 그만하고 싶으면 이 방법을 사용한다. 꼭 이 방법만이 정답은 아니지만 생각을 끊어내는 훈련자체는 정말 중요하다. 내가 생각하고 싶은 때 생각하고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생각하지 않도록 내가 나의 생각을 조절하는 것은 삶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각자 자기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조절하는 방법을 찾는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