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이수 Feb 02. 2024

나는 병원에 중독되어 있었다.

나는 어릴 때 병원을 가기만 하면 모든 병이 낫는 마술랜드쯤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조금 아프기만 해도 무조건 병원에 갔다. 큰 일을 앞두거나 시험기간만 되면 일주일 두세 번씩 병원에 가서 링거를 맞고는 했다. 정말 그러면 안 아파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링거 때문에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내 앞에 큰일이 주어지면 정말 그거에만 몰두해 사는 사람이다. 심지어 자다가 잠깐 깨 뒤척일 때조차도 그것에 대한 생각을 했다. 쉬질 않았다. 사실 쉴 수 없었다. 내 성격상 전혀 가만히 있지 못해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쉰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쉬려고 해도 이미 머릿속은 그 생각들로 가득 차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그런 내가 어쩔 수 없이 유일하게 쉬는 시간이 있었다. 바로 병원에 간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링거를 꼽고 병원 침대에서 할 일들을 헤쳐 나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냥 푹 쉬었다. 그게 더 효율적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약 때문에 나은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병이었으니 스트레스의 제공지에서 벗어나서 괜찮아진 것이다. 


하지만 그때 나는 몰랐다. 단지 '아, 병원에 가면 괜찮아지는구나' 정도로 생각했다. 이때부터 점점 병원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정말 조금만 아파도 병원에 가곤 했다. 학교에서 조퇴하고 병원에 가는 일도 허다했다. 정말 의사 선생님이 그만 오라고 할 정도였다. 그리고 점점 심해질 때쯤 나는 체크카드는 없었지만 이름만 들어도 알 대학병원 카드들이 종류별로 있었다. 


어느 순간 병원에 갈 때면 편안한 마음도 컸지만 저기 한구석이 찜찜했다. 내가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무의식 중에 깨달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때쯤 내가 생각보다 별로 아픈데 병원에 가는 것은 아닐까에 대한 고민들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가 병원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병원은 나에게 도피처 같은 곳이었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건강한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래서 먼저 병원에 가는 횟수를 줄여보기로 했다. 


다행히 이 정도 되니 약을 너무 많이 먹어서 나에게 맞는 진통제, 소화제 등등 여러 약들을 있었고 스트레스성인 작은 병들은 어느 정도 자가치유가 가능해졌다. 그렇게 의식하며 병원에 가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갔다. 그리고 건강관리에도 정말 힘썼다. 이제는 병원에 거의 가지 않는다. 정말 아프더라도 집에서 약 먹고 하루이틀정도 지켜본다. 그러면 거의 괜찮아진다.  


뒤늦게 깨달은 거지만 스트레스에는 약이 없다. 사실 믿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병원에서는 단지스트레스로 인한 질환의 치료제를 주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 근본적인 치료제가 될 수 없다. 병원에 가기보다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잠시 쉬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우리는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는 없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어서 스트레스 해소법에도 정답이랄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자기만의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야 한다.

이전 03화 하얀 스케치북 : 생각 조절하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