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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이수 Jan 26. 2024

불행은 언제나 한꺼번에 찾아온다

자율신경계 이상

지난 화, 녹내장 의사 선생님께서는 또 하나 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셨다. 내 눈이 잘 보이지 않는 이유가 100% 녹내장 때문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이었다. 아무래도 신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러며 나를 안과 신경 교수님께 연결해 주셨다.


또 교수님을 만나기 전, 전과 같이 수없는 검사와 대기를 했다. 이번에는 피검사도 했다. 피검사도 종류가 되게 많아서 피만 5통 정도를 뽑았다. 정말 대학병원 간호사셔서 그런지 엄청 고수셨다. 피를 많이 뽑아야 해서 평소보다 꽤나 두꺼운 바늘로 피를 오랫동안 뽑았는 데 거의 느낌도 나지 않고 아프지도 않았다. 정말 대단하셨다.


드디어 교수님을 만나 뵐 수 있었다. 교수님은 여러 검사결과들을 보시더니 동공이 확대되고 수축되는 조절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 하지만 특별한 원인이 보이지는 않는다며 다음 진료 전에 MRI를 찍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또 MRI를 찍었다. MRI를 찍어주시는 선생님께서 나에게 뇌와 눈 쪽 촬영을 해야 하니 눈을 최대한 움직이지 말라고 하셨다. 원래는 MRI 찍는 동안 잘 계획이었지만은 그랬다가 내가 눈을 굴릴까 봐 진짜 눈감고 눈도 굴리지 않고 미동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다행히 한 번에 끝마쳤다.


그렇게 정말 MRI 결과가 나오고 교수님을 만나기 전까지 정말 불안하고 긴장됐다. 아니 나 이제 뇌까지 문제가 생겨버린 걸까, 이런 건 어떤 질병일까 하며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기말고사가 코 앞이었지만 공부가 전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앞날이 막막했다. 현실에서도 앞은 보이지 않았다.


드디어 진료날이 되었다. 다행히 교수님이 첫마디는 "뇌에는 이상이 없네요"였다. 정말 다행이었다. 아마 교수님 생각에는 과도한 스트레스로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생겨서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긴 게 원인 같다고 하셨다. 이때 생명공부를 하며 '교감선생님이 노루를 보고 놀라 심장이 뛰고 동공이 확대되고 소화가 안된다.'라고 교감 신경에 대해 열심히 외웠던 게 떠올랐다. 수능을 잘 봐서 의사 선생님이 되어서 써보는 게 아니라 환자 입장이라니...  허무했다.


교수님께서는 "이거 참, 수능이 코 앞이고 공부는 해야 하니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라며 허허 웃으셨다. 그러고는 동공이 움직이지 않게 고정하는 안약을 처방해 주셨다.


근데 또 이건 이것대로 문제였다. 일정거리가 되어야 초점이 잡혔고 밝기 조절은 정말 엉망이었다. 결국 안약 없이 동공이 맘대로 움직이는 내 눈에 적응해 보기로 했다. 적응을 한다고 해서 잘 보이게 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잘 보이지 않는 글자들과 사물들을 찍어서 맞추는 정답률이 올라가는 정도였다. 하지만 밝기 조절은 어려웠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대충 생활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고 정말 심할 때 빼고는 안약도 별로 필요 없게 되었다.


정말 이 스트레스를 어쩌면 좋을 까. 스트레스를 받아서 눈이 안 보이는 데 눈도 안 보이니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 악순환을 끊어내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도 나를 위해서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했다. 여러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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