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Good Luck

by 정영택

끄적이다 보니 너무 길어졌습니다.

제게 뭔가, 어떤 생각들을 끌어내 준, 그런 에피소드들만 추렸는데도 길었네요.


역시 2년이란 시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장으로 있었던 회사에서 나와,

지금 전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혼자서 영상 제작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출처 봄날은 간다

아직 젊은 나이지만, 방송은 혼자서 은퇴해버렸고요ㅎㅎ.

일반 직장인 근무 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고 치면,

난 하루에 두 배 이상의 시간을 일했으니까, 40년 일했네. 은퇴할 때 됐네. 정신승리 하면서

지금은 도태되어 쉬엄쉬엄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 생활은 사진처럼 홀로, 자유롭지만 쓸쓸하고, 고요하지만 여유롭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글을 쓰게 될 시간도 생겼습니다.


쓰려고 떠올리다 보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쓰다 보니, 엉켜있던 그동안의 일들과 생각들도 정리가 많이 됐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이 긴 시간 동안, 왜 난 계속 이걸 놓지 못하고 있는 걸까'


그냥 '지루하지 않아서'였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 <도깨비> 대사를 빌리면


너와 함께한 시간 모두 지루하지 않았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인 것 같습니다.

힘들고, 화나고, 슬프고, 즐겁지 않았던 적 많았어도, 지루하진 않았습니다.

전 지루한 걸 정말 못 참아서, 계속 여기저기 옮겨 다녔지만

영상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영상 제작에 비하면 다른 일들은 금세 지루해졌었고,

그래서 이 일을 계속해왔던 것 같습니다.


긴 시간, 사진 한 장 같이 찍자는 말을 못해, 남은 건 누가 몰래 찍어준 사진뿐입니다.


어두운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사실은 밝은 일들이 더 많았고요.

이 일을 하는 사람들도 '또라이'들이랄까... 너무 재밌는 사람이 많습니다.

평생 잊히지 않는 여러 추억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많고요.


평생을 쑥스러워해도, 말 좀 버벅거려도, 얼굴 좀 빨개져도, 그런 것쯤 그냥

애로사항으로 치부해 버리고, 기어코 다른 방법들을 찾아내면서까지 하게 되는

그런 매력적인 일이란 건 확실합니다.

너무 겁먹지 마세요. 즐거운 과정이 있는 직업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영상 제작을 하며 고민의 시간을 보내시는

모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흉터를 가진 모두에게 존경을, 이겨낸 이에게 축복을

- 이센스 <독> 중에서


길었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서 <직업으로서의 PD>

http://aladin.kr/p/mRsvC

keyword
이전 20화팀장이고 나발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