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1. 나는 어떤 사람이었던가?
10대와 20대 질풍노도의 시기를 똑같이 겪는 청소년은 북한 사회이든 남한 사회이든 인간의 본능은 변할 수 없다. 생존과 번식의 본능, 사회적 본능, 호기심과 탐구, 자아실현 등은 인간의 본능이며 이러한 본능은 자유를 갈망하는 욕구로 실현된다. 북한은 세뇌 교육으로 나의 본능을 ‘세뇌화’ 시킬 수 없었다.
나는 청바지를 입고 싶은 청소년이었다.
나는 조금 일반적이지 않고, 특별하다. 물리적 환경인 고향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치, 문화 등 사회적 환경도 일반적이지 않다. 감정도 유별나다. 그래서 표현 방식도 남다르다.
어떤 사람이냐고?
그래, 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이른바 북한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청바지가 입고 싶었다.
내가 태어난 곳은 함경북도 회령시인데, 회령시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접해있기에 화교(중국인 출신으로 북한에 사는 사람)가 있고, 상인들이 중국에서 수입한 물건을 팔았다. 화교들이 입고 있는 꽉 낀 청바지가 입고 싶었고, DVD로 남한 드라마를 몰래 보면서 한때 유행인 나팔바지도 입고 생머리도 하고 싶었다. 박상민의 노래 ‘청바지 아가씨’(1995년)에는 ‘청바지의 어여쁜 아가씨가 날 보고 윙크하네’라면서 청바지를 입은 아가씨를 노래한다.
북한 당국에서는 여자는 긴 치마와 저고리(한복)을 입을 것을 강요했다. 10대 초반에는 당의 방침과 학교 선생님들의 통제로 하여 입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10대 후반이 되고 나니 청바지를 입지는 못해도 가지고는 싶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은 엄한 통제와 감시는 두렵지 않았다. 몰래 숨어서 DVD를 보는 것으로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없지만, 남한 사람과 화교들이 입고 있는 옷과 생일 케이크, 초콜릿, 커피가 먹고 싶었고 그들이 부러웠고 멋지고 고왔다(이뻤다).
왜 나는 통제와 감시가 있고 세뇌 교육이 있는 곳에서 호기심을 계속 가졌을까?
그것은 자유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가 아닐까 싶다. 억압할수록 호기심과 궁금증은 더 불러온다. 부러움과 동경심, 자유를 갈망하기 시작하였다. 이런 마음의 움직임이 출발점이 되어, 북한의 교육이 틀렸다는 것과 나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남한 사회이든 중국이든 북한 사회를 벗어나고 싶은 반항적인 충동이 생겼고, 20대에 교사를 그만두고 ‘탈북’을 감행하였다.
나는 탈북하여 중국의 한 화교(조선족) 집에 들어갔는데, TV에는 남한의 예능프로그램인 “도전 1,000곡”이 방영되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중요치 않았고 마음껏 남한의 예능프로그램을 본다는 것에 나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이게 자유구나, 내가 드디어 자유주의에 물들었구나!’
다음 날, 청바지를 입었고 입안에서 스르륵 녹는 카스텔라를 먹었으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북한에 있는 부모에게 닥쳐올 처벌도 생각났고, 앞으로 어떻게 이 자유로운 사회에서 신분이 없는 곳에서 살아갈지에 대해 고민도 했다. 처음 입어본 꽉 낀 청바지가 불편했다. 내 마음처럼.
남한으로 왔다. 더 자유로운 사회로 왔다. 자전거를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마음에 하나 샀다. 하지만 불안했다. 어디로, 어떻게 달려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자유가 주어졌다고 해서 무조건 평안하고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자유의 상태에서 나는 현재 누구이고 또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두려움이 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