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표현 왜곡,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2-2. 감정표현 왜곡으로 잘못된 내가 된다.

by 소수지
감정 표현 왜곡, 사고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잘못의 사전적 의미는 ‘잘하지 못하여 그릇되게 한 일, 또는 옳지 못하게 한 일’을 말한다. ‘고침’은 고장이 나거나 못쓰게 된 물건을 손질하여 제대로 되게 하거나 잘못되거나 틀린 것을 바로잡는 것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잘못을 하면 고쳐야 한다’라는 통상적인 개념이 있다. 즉 ‘잘못했습니다’를 사용했다면 그 뒤로 ‘고치겠습니다’라는 어휘를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

왜 그럴까? 북한에서는 감정 어휘표현이 없는 것이다. 만약에 내가 실수했다면, ‘잘못’이라는 어휘로 인정해야 하고, ‘고침’이라는 어휘로 다짐해야 한다. 근데 그 잘못이 단순 인간관계에서의 ‘잘못’이 아니다. 북한에서의 잘못은 ‘수령의 교시이며, 당의 방침’을 어긴 것이다. 수령의 교시와 당의 방침은 ‘법’과 같이 획일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잘못’은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빨리 인정하고 ‘고치겠다’라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반드시 머리를 숙이고.

그렇다면 북한 사회에서 잘못한 일이 생길 때 감정은 없는 걸까? 북한 사회의 규범이나 정치적 신념 등에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죄책감이 생긴다.

북한 주민들의 ‘잘못했습니다’, ‘고치겠습니다.’라는 표현은 정치적, 사회적 관계에서 회피하려는 수단도 된다. 남한 사회에서 ‘잘못했습니다. 미안합니다. 이해합니다’ 등은 관계를 위한 감정의 해결이다.

나는 초등학교 시기에는 월마다 ‘생활총화’를 하였고, 중학교 이상 시기에는 주 1회를 실시하였다. 생활총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습니다. “방학은 놀기만 하라는 방학이 아닙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장군님의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저는 방학 기간에 놀기만 하였습니다.

...

저는 이런 잘못을 꼭 고치고 다음 방학부터는 장군님의 말씀대로 방학 숙제도 열심히 하고 ... ...

다음은 호상 비판입니다.

저는 OO 동무를 비판하겠습니다.

OO 동무는 방학 기간에 학교에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무는 이 잘못을 꼭 고치고 다음부터는 방학 기간에 잘 나와야 하겠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자기비판으로 자기 비하를 형성하였고, 죄책감을 가지도록 ‘가스라이팅’을 하고 있다. 이런 죄책감은 수령의 은혜로 구원받을 수 있는 것처럼 한번 더 ‘가스라이팅’을 한다. 자기비판으로 자기 비하를 하는 사람은 독립성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의 존재를 하찮게 여기는 무능력하고 무력함을 주는 부정적 감정을 주게 된다. 이런 부정적 감정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왜 그런지 등 사고하려는 의지도 없게 한다. 그것이 습관이 되어 북한 주민들은 머리를 숙이고 ‘잘못했습니다’와 ‘고치겠습니다’를 무의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잘못한 것은 고쳐야 하는 것이 맞지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생각할 여지도 없이 바로 고친다는 것은 인간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북한의 세뇌 교육의 한 방식이다.

남한에서 신비로운 어휘가 있다. ‘비판적 사고’이다. 처음에는 ‘비판적 사고’가 이해되지 않았다. 북한의 자기 ‘비판’을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비판적 사고’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북한 사회에서는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사고를 하지 않으니, 당의 방침에 맹종맹동하게 된다. 사람이 사고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하는 부분이다. 사고는 곧 감정을 조절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감정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사고는 이것을 조절하여 감정의 깊이를 완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화를 내면, 감정적으로 받아들여 상처받고 겁에 질려있거나 함께 화를 내는 것보다 그 사람이 왜 화가 났는지에 대한 문제를 찾아보고, 그것을 해결하는 데 사고가 필요하다. 또 비판적 사고로 자기 성찰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감정뿐만 아니라, 자기 생각과 행동, 입장 등을 관찰하고 더 좋은 방향으로 설정하기 위한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이전 13화감정표현이 서툰 것은 내 잘못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