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감정의 위로로 인간을 이해하다.
1. 감정의 위로로 인간을 이해하다.
내가 감정으로 책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와 인간과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관계를 위한 소통 방식의 하나가 인간의 감정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을 이해하는 데서 감정이 소통의 창으로 된다. 이성적인 대화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바탕으로 하는 소통은 더 깊고 깊은 연결을 가능케 해준다.
예를 들어 ‘왜 그렇게 화가 나는 거예요?’라는 물음보다도 ‘그 상황에 정말 속상했겠어요’라고 공감해 주면 더 큰 위로와 이해가 전달된다.
이성적인 대화도 멋지고 명언도 멋진 말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이 함께 전달되기 때문에 아름다운 말로 멋진 말로 명언의 의미가 더 깊게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 즉 마음의 세계, 내면의 세계가 더 곱다고 말해주고 싶다. 이런 내면의 세계가 깊이 연결되는 관계가 인간다움의 본질이며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된다.
공유_감정으로 온전한 나를 이해하는 방법
감정의 솔직함을 표현할 때 상대도 마음을 열게 됨. 이는 서로의 관계를 깊게 만드는 시발점이고 원동력이다. 자신의 감정을 나누며 상대와 교류하여 이를 통해 신뢰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
감정으로 자신을 취약하게 보이지만 이 취약함 속에서 치유와 연결을 경험한다.
대한민국에 입국하면 사회적응을 위해 ‘하나원’에서 3개월간 교육을 받는다.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가 ‘심성 수련’이었다. 심성도 낯선 말이고, 수련도 낯선 말이었다. 강의 형식도 정돈 있는 책상이 있는 강의실이 아니라 좌식이었다. 나 포함 7명 정도의 북한이탈주민이었다. 처음으로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아보기에 조금은 어색하기도 했다.
강사는 우리에게 눈을 지그시 감고 별칭을 생각하고 왜 그 이름으로 정했는지 이유도 설명하라고 했다. 처음에는 별칭이 무슨 의미인지도 몰랐다. 별명도 아니고 별칭이라니. 별명도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만들어주는 것이 더 많은데, 조금 거부감도 있다. 하지만 별명이 아니라 별칭이라고 한다. 별명보다 조금 좋은 어감을 느끼고 있어, 나는 눈을 지그시 감고 나의 별칭을 찾아보았다.
‘내 별명을 무엇이라고 지을까? 친구들이 불러주던 별명을 사용할까? 아니면.’
시간이 조금 지나니 한 명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수업이 시작되었던 기대와 반가움의 표정들은 사라지고 무거운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토끼’, ‘흰쌀’ 등 다양한 이름이 나왔다. 별칭도 제각각이고, 그 이유도 다양했다. 강사는 자신의 별칭과 함께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고, 우리는 차례대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자기 생각을 해본 경험도, 또 자기 생각을 발표해 본 경험도 없는 북한이탈주민이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품고 있던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기 시작했다.
“저의 별명은 토끼입니다.” 제일 처음으로 발표하는 여성이다. 토끼의 이유는 토끼는 항상 착한 모습으로 교과서나 TV에서 나오기에 토끼로 별명을 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의 이야기를 꺼냈다. 자매 이야기이다. 이야기를 귀담아듣던 모든 사람이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그다음 여성은 울면서 이야기하였다. 그다음 여성도, 그리고 나도. 모두가 울었다. 눈물바다가 되었다. 모두 자기의 이야기를 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어쩌면 자신도 그랬던 경험이 있었던 것이고, 그래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북한 사회에서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눈물로 하나가 되었다. 내 얘기는 아니고 다른 사람의 얘기이지만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왔다. 억지로, 눈치를 보면서 울던 눈물이 아니었다. 북한의 김 씨가 죽었을 때 애도 기간의 눈물과 달랐다. 가슴속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오기도 하고 찡하게 울림을 주기도 하였다. 눈에는 그냥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울었다.
내 가슴이 담아낼 수 없어서인지.
그냥 울었다.
그동안 담아두고 묻혀두었던, 썩혀두었던 것들이 더 이상 있을 곳이 없어서인지.
그냥 울었다.
정말 오로지 나와 가족 때문의 눈물을.
눈물이라는 표현은 아무리 숨기려고 애타는 노력을 해도 나의 의지로 막을 수 없었다.
마치 작은 못가에 홍수가 난 것처럼
나는 그렇게 그냥 흐느껴 울었다.
...
강사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것이 어떤 눈물인지에 대한 감정 어휘를 들을 수 있었고 또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릴지 배우기 시작하였다. 그 눈물은 ‘걱정, 불안, 슬픔, 후회, 고통, 실망, 미안’ 등 다양한 감정의 집합체로 표현된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눈물 표현으로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였고 그로 하여 ‘위로’라는 감정 어휘도 배웠다. 곁에 사람들이 ‘위로’를 하니 발표자는 더 울었다.
나도 ‘위로’를 받았다. 그러니 가슴이 조금 시원해졌다. ‘후~~~’하고 숨을 내쉬고 들이쉬니 조금 편안해졌다. 그 상태가 되니 생각하게 되었다. 왜 그런 ‘감정’들이 있었는지, 왜 울었는지?
이렇게 나는 오직 ‘나만의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이 왜 나왔는지 생각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하였다.
이 수업이 끝나고, 모두 눈이 부은 상태에서 점심밥을 먹었다.
우리는 눈물의 ‘동질성’, 눈물을 공유한 사람들로 ‘동지’가 되었다.
김 씨 삼부자의 사상과 뜻이 아닌 감정으로 ‘동지’가 된 우리!
우리는 남은 하나원 기간 친하게 잘 지냈다.
가끔 위로도 해주고, 응원도 해주고 걱정도 해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