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소음이 에너지겠지요

건축사유 : 땅과 사람의 교감 08

by 정로각심

"도시는 소음이 에너지이겠지요"


지인께서 흘리신 말씀이다. 그냥 따라 흘려버릴 수도 있는 말이었으나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예전부터 소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예전에 국내 굴지의 연구소에 아이디어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내용은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에 대한 아이디어였다. 그냥 무시당했었지만, 나는 여전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류는 지금 지구의 온난화와 그로 인한 황폐화를 막기 위해 화석에너지 줄이기에 몸부림을 치고 있다. 20세기 후반부터 세계 선진국들에서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이 실용화된 것이 태양(빛), 바람(공기), 열(지열) 등을 통해 취할 수 있는 에너지들이다. 이들 대체에너지는 우리의 주변에서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는 자연의 에너지이며, 인류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고갈되지 않는 영구적인 에너지이다. 이들은 화석연료와는 달리 사용 후에 2차 공해를 생산하지 않는 청정의 무한 에너지원이다. 적은 양으로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력도 있지만, 원자력은 인류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술적 또는 예측불가능의 위험요소가 존재하기에 고도의 안정성이 요구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에너지의 위험성 때문에 그 이용을 억제하거나 감소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체에너지들은 인류의 희망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금 현재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광(열), 풍력, 지열, 이 세 가지 요소는 우리 건축인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단어이다. 아마 건축을 전공하는 사람들이면 모두 바로 머리를 스쳐가는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낼 것이다. ‘아! 건축의 물리적 환경요소’ 그렇다. 이 세 가지는 건축을 처음 입문 할 때 배우게 되는 건축을 둘러싼 환경인자들이다. 빛환경, 열환경, 공기환경 그리고 음환경이 중요한 4가지 환경인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개발된 대체에너지에선 한 가지가 빠져 있다. 지인께서 말씀하신 ‘소음’, 즉 소리(음)이다. 어떻게 보면 건축의 내부환경에서는 가장 중요한 환경인자일 수도 있는 것이 소리이다. 이 중요한 소리가 빠져있다. 건축의 환경인자들은 모두 대체에너지로 개발 가능한 요소들인데 왜 소리만 빠져 있을까?


소리는 에너지화되지 않을까? 여기에 힌트가 있다. '왜 안 돼! 당연히 되지.' 지금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듣고 있는 음악도 소리이다. 즉 전기에너지가 소리에너지로 전환되어 내 귀를 즐겁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전기에너지가 소리에너지로 바뀐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소리도 전기로 전환 될 수 있다는 물리적 가역법칙이 성립된다. 스피커 선의 끝에 꼬마전구를 연결하고, 스피커 정면에 강한 소리진동을 주면 전기에 꼬마전구에 불이 오는 것이다. 어린이 TV프로에서 실험을 한 것이다.


가능성과 답은 나왔다. 다음에는 에너지원으로 쓸 소리를 찾아야 한다. 우리의 주변엔 무수히 많은 종류의 소리가 발생한다. 좋은 소리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이 소음으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소리를 에너지화하기 위해선 소음이라도 상관없다.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소리로는 나 하나 사용할 에너지도 얻지 못할 것이다. 엄청난 파동을 가진 소리를 찾아내어야 한다. 이 소리만 찾아낸다면, 빛, 열, 공기, 소리 이 모든 건축의 환경인자가 대체에너지로 개발이 가능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가 그리 쉽다면 과학자들이 그냥 있었겠는가. 지금 소리를 에너지화시키기 위한 가장 큰 문제점은 전기를 생산할 만한 엄청난 소리는 어디에서 얻을 것인가이다. 하지만 이것도 사고의 폭을 조금만 확장하면 될 것 같다. 지구상 또는 우주에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소리보다 듣지 못하는 소리가 더 많다는 것을 가정하면 된다. 즉 가청주파수대 내의 소리보다 가청범위를 벗어난 소리가 더 많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의 많은 동물들도 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 있다. 개와 고양이, 특히 박쥐는 초음파의 영역을 들을 수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가설의 성립은 어렵지 않다. 먼저 '지구가 자전과 공전을 할 때는 엄청난 소리가 발생한다.'라고 가정을 하자. 공기로 가득 찬 지구의 대기와 우주의 영역이 자전과 공전 시에 마찰이 일어남으로 충분히 소음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우주가 진공인데 어떻게 마찰이 일어나느냐 하겠지만, 지금 전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우주의 공간이 입자(암흑물질)로 가득 찬 매질임을 밝혀 내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나도 설명이 어렵다. 어차피 과학은 특히, 물리학은 가정과 증명의 학문이다. 황당한 가정이 후일에 증명됨으로써 엄청난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먼저 해야 할 것은 지구 공전과 자전 시에 발생되는 소리의 존재여부를 찾아내어 이 가설을 증명하는 일이다.


그다음은 우리는 지구가 공전을 하거나 자전을 할 때 발생되는 가청주파수를 벗어난 소리를 잡아내는 기계를 발명하는 일이다. 아마 가장 큰 숙제일 것 같지만, 나는 우리가 살고 있는 건축물이 그 역할을 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건축의 구조체가 엄청난 진폭을 가진 파동을 집적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건축물은 무한한 에너지를 생산해 내는 힘의 덩어리가 될지도 모른다. 화석에너지를 대체한 지금의 대체에너지들은 이미 건축과 하나가 되어 스스로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해 내고 있는 시대이다. 거기다가 소리까지 잡아내는 역할을 건축이 하게 된다면, 빌딩은 빛, 열, 공기, 소리 우리를 둘러싼 지구의 환경 모두를 이용하는 엄청난 복합발전소가 되는 것이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수천수만의 도시건축 모두가.


그렇게 된다면 건축의 신혁명이 올 지도 모른다. 건축은 역사에 있어 새로운 자격을 부여받게 될 것이다. 건축은 문화적으로 종합예술, 과학적으로 종합기술에서 인간의 내일을 책임지는 희망예술로 본질적 개념조차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 삶을 담는 ‘거주공간’이 아니라 삶을 유지시키는 ‘힘’으로.


상상이 가는가. 초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뉴욕 거리를 가득 메운 자동차 소리, 서울역 광장에서 밤낮으로 울려 퍼지는 확성기소리, 뉴델리 한복판에서 귀를 어지럽히는 릭샤의 경음기 소리가. 나는 도시의 분주함을 사랑한다. 도시의 소음을 사랑한다. 벤야민이 그랬던 것처럼, 구보씨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분주한 도시의 소음 속을 걷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는 소음이 에너지이겠지요'라는 한마디, 거기에는 엄청난 내일을 위한 희망의 비밀이 숨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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