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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 Jeongseon Oct 17. 2024

월정리 바다는 아름다운가

요즘 뜨거운 감자는 아무래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이슈일 터이다. 과학적으로 위험도가 정확히 입증되기엔 기간이 짧은 원자력 역사이기에 전문가들의 의견조차 각각이다. 그런데도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방류 단계에는 현저히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계속되는 축적에 따른 위험은 밝혀진 바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일본의 지역 어민도 제주도 해녀들도 평생 해본 적 없는 투쟁의 길로 앞장서 나서고 있다. 물론 낙인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그 지역 사람들은 자기 고향을 숨기고 사람들 사이를 표류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해도, 그게 과학적으로 밝혀진다 한들,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공포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백 년도 되지 않는 원자력 관련 역사에서 당당하게 위험과 안전을 말할 수 있는가. 원자력 발전소 부근의 주민들이 암 발생률이 타지역에 비해 두 배가량 많다는 통계는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하고 있다. 명확하지 않다는 게 언제나 근거가 됐다. 그렇다면 명확하지 않다는 그 동일한 이유로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주장은 왜 무시되는 걸까.


안전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면, 조금의 위험도라도 발견이 된다면 국가는 자국민을 보호하고 지킬 의무를, 행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국민이 국가에 충성을 바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고 유지하고 보호할 의무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학적이다 아니다 따지면서 반대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억누르며 강제할 게 아니라 공개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세세히 공개하며 설득하든 시민의 의견에 따르든 해야 할 일이다. 이렇듯 국제적이고 유명한 사건조차 정부의 조치와 반대될 때 갖은 모욕으로 은폐하고 공격하며 자신들의 기호에 맞는 시민들에게만 스피커를 주어 정치·경제적 이점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변방 제주, 제주의 변방 월정리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알려지지도 않은 채 없는 일처럼 덮어버리는 것은 지방정부 입장에선 너무나 쉬운 일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월정리라 이름 부르면, 눈 감고 그 정경을 떠올리면 아마도 제주를 찾아온 많은 사람이 짙푸른 산홋빛의 바다를 떠올릴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떠올릴 것 같다. 나 역시 그러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글프게도 그럴 수가 없게 됐다. 월정리라 하면 바다가 아닌 길에 던져진 테왁이 떠오르고 컨테이너조차 빼앗겨 자비로 컨테이너를 구입하여 밤낮 함께 투쟁하는 해녀들이 떠오르고 처음보다 비대해져 더 이상 바다 생태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오물을 방류하는 하수처리장이 떠오르고 다시 바다에 가면 바다가 이상하고 우뭇가사리조차 찾을 수 없고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고생을 한 해녀들의 일상이 떠오른다.


제주시와 일찍이 협의를 한 마을회는 해녀들의 투쟁을 순진하고 무식한 사람들이 외부 투쟁전문가에 의해 농락당하는 거라 일갈하며 해녀들의 삶이 멈춘 그 지점을 외면한다. 바다에 들어가 숨비소리 구슬프게 힘겹고 때로는 흥겹게 해산물을 따서 자식을 키우고 집안을 일으키고 생활이 유지되던 삶의 현장이 낯설어졌다고 아무리 이야기해 본들 듣지 않는다. 일반적인 직장인으로 친다면 억울하게 해고당한 상황이고 자영업으로 본다면 외부 농간으로 강제 폐업된 상태다. 그러나 원인 제공자인 제주시는 다양한 계산과 이해타산에 맞춰, 눈 가리고 아옹하는 식으로 상황을 진전하고만 있다.


제주시는 민간업체 뒤에 숨고 투쟁하는 해녀들은 마치 재갈을 물린 채 방치한 상태에서 월정 마을회와 소통하는 사이 해녀들은 업무 방해로 고소당하고, 비상대책위원회 몇 사람에게  각각 1억 9천만 원의 손해배상금이 청구하였다. 투쟁에 동참한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전문데모꾼들이 상황을 이끌었다는 예상과는 달리 2017년 하수처리장 추가증설 논의부터 마을 내 공론이 있었고, 재작년부터 이미 하수처리장 입구에서 불침번 조를 짜서 공사 시도를 막아내고 있었다. 투쟁의 주체는 다름 아닌 월정리 해녀들이었다. “바다가 이상했(월정리 해녀 증언)” 기 때문이다.



재앙은 언제나 낮은 곳에서, 재앙을 일으킬 만한 어떤 일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서부터 가지를 뻗는다. 재앙을 가장 먼저 확인하고 가장 먼저 보고하는 최전선에 선 사람들은 바로 재앙의 발생 근원지에 가장 인접해 있다.



월정리 바다도 그렇다. 바다에 맨몸으로 들어가 바다를 가장 잘 아는, 평생 일상이라 바다의 냄새와 색깔과 물고기들의 흐름과 해초의 빛을 보며 살아온 해녀들이 하수처리장 강제 증설로 바다가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거기가 삶의 터전이자 자신들의 평생이었기에 목소리를 내었다. 공교롭게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자 천연기념물 제주 거문오름계 용암동굴 용천동굴이 가까이에 불법 증설된 제주시 하수처리장이 있다.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한정선의 작은사람 프리즘>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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