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을 인지 못 하는 이유
사회적 계층 하향에 불안감을 느끼는 부모 세대들은 자녀들을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몰아넣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이들에게 멈추는 것을 알려주는 사람은 없다. 대학에 가서도 이력서의 한 줄을 채우기 위해 흥미 없는 동아리 활동을 하고 감정을 갉아먹는 인턴을 스스로 자처한다. 안정을 누리지 못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곧이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해야 한다. ‘탈진’은 기운이 빠져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하지만 번아웃은 탈진 상태에 머무르지 못하게 죄책감을 느끼며 스스로를 더 몰아붙이는 것이다.
멈추지 않고 달려온 결과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아직도 성장을 향한 생산성의 페달에서 발을 떼지 못한다. 페달을 뗄 순 있어도 이후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셰프 고든 램지는 “내가 긴장을 풀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뗀다면 그때가 바로 죽을 때가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오랜만에 받은 휴가를 집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자니 시간이 아까워 무작정 휴양지로 떠난다. 하지만 여유로운 공간에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있다. 이렇게 편하게 쉬고 있어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사색에 잠겨본다.
바쁜 내 모습에 만족하기도 했다. 야근을 일삼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는 자신의 모습이 마치 조직에는 없어선 안 될 존재처럼 느껴졌다. 워커홀릭에 빠진 것 같았던 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무기력감으로 인해 집 밖을 벗어나지 못하고, 누워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다. ‘쉼 없이 달려왔기에 그럴 수도 있지’라며 그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무기력이 찾아오는 날이 잦아지면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괜히 나이 탓을 해보며 각종 영양제를 사놓고 나서야 번아웃을 의심하게 되었다.
그때의 나는 번아웃 상태였다는 걸 인지하지 못했다. 지금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을 텐데 그때는 왜 알지 못하고 이제 와서 느끼게 된 걸까? 번아웃 증상으로 무기력과 소진으로 인한 우울감을 언급했다. 물론 만사가 귀찮고 잠을 자도 피로가 누적된 거 같았지만 한번 푹 쉬고 나면 괜찮아졌다. 무기력감은 어떤 활동이든 간에 끝나면 지치는 것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번아웃 증상과 비슷했지만 감기처럼 왔다가는 일시적인 무기력감이라 생각했다. 내가 번아웃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이유였다.
-(가제)러스틱라이프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