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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차장 Oct 18. 2022

#6 제주에서 제주까지

여행과 녹차

제주여행은 제주에서 시작해 제주에서 끝난다.

갑자기 떠나고픈 생각에 다다음날의 비행기표를 끊고 떠났던 때가 있었다.

무계획.

그야말로 무작정 떠난 여행이었다.


 운 좋게 태풍이 비껴간 제주로 가는 비행기 안은 비교적 한산했다. 아마도 태풍이 올 것으로 예상해 여행을 취소한 사람이 많은 듯했다. 그 덕분에 좋은 시간대의 표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이륙하고 제주도까지 가는 1시간 반 동안 나름의 루트를 짰다. 3박 4일의 일정이었기 때문에 제주도 한 바퀴를 다 돌기는 무리였고 시계방향으로 반 바퀴만 돌 계획이었다.


 처음으로 하는 혼여행이었기 때문에 설렘 반 걱정 반이었는데 군대 동기였던 제주친구가 아니었다면 사실 엄두도 못 내었을 것이다. 첫날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 친구와 회포를 풀고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혼여행이 시작됐다.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 다음 목적지를 정하는 식으로 즉흥적으로 돌아다녔다. 걸어서 갈 만한 곳이거나 버스로 갈 수 있는 곳, 다음 숙소에서 가까운 곳 위주로 찾아다녔다. 그날 그날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해서 해질녘 쯤 저녁을 먹고 체크인했다.


 월정리 해수욕장을 시작으로 우도와 섭지코지, 쇠소깍, 정방폭포 등 걷기도 많이 걷고 가보고 싶었던 곳은 전부 찾아다녔다. 제주도의 외곽을 따라 절반을 돌고 나니 어느 곳을 가도 보이던 한라산이 문득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여행에서 한 번도 목표로 하지 않았던 한라산에 대한 열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정이 짧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


 올레길7코스를 따라 하루 종일 돌아다닌 끝에 마지막 숙소에 저녁 늦게 도착했다. 게스트하우스는 저녁을 먹는 사람들로 꽉 차있었는데, 때마침 사장님께서 다음 날 새벽에 한라산을 오를 사람을 찾고 계셨다. 게스트하우스에 묵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라산에 쉽게 오를 수 있도록 차로 영실코스 입구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여행을 온 덕분인가,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다. 재빨리 손을 들었다.


 드디어 새벽. 설레는 마음에 잠도 못 이루고 1시간 정도 일찍 일어나 가볍게 요기를 했다. 차를 타고 영실코스 입구까지 가는 길은 20분 정도 걸렸다. 차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 입구부터 한라산 정상까지는 걸어서 2시간이 걸리는 짧은 코스였다. 늦여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새벽바람은 좀 쌀쌀했는데 해가 뜨는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한라산의 전경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르게 햇빛을 가려줄 나무가 전혀 없었다. 탁 트인 전경을 바라보며 올라가는 한라산 등반로는 정비가 잘되어 있어 그런지 기분 좋게 올라갈 수 있었다.


영실코스 - 남벽 분기점 안내도

 그러나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백록담으로 가는 길은 출입이 제한돼 있어 먼발치에서 외벽을 바라보는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내려가는 길 중 가장 힘들다는 돈내코 탐방로를 잘못 선택한 것이 폐착이었다. 내리막길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라고 생각한 것이 큰 오산이었다. 등산로의 70%가 현무암으로 깔려있어 발이 찢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오를때만 해도 만만하게 봤던 한라산의 자연이 거대하게 느껴졌다. 차가 다니는 길까지는 8km가 넘었기 때문에 한참을 걸어서 내려와야 했다. 4시간만에 맨땅에 도착한 나는 지칠대로 지쳐 거의 쓰러지기 직전이었다. 


 편의점에 들러 대충 끼니를 떼우고 정신을 차린 나는 이제 대망의 마지막 목적지로 향했다. 여행 첫 날부터 가고싶었던 곳인데 제주에서 가장 유명한 차브랜드 기업에서 운영하는 티 뮤지엄이었다. 지친 몸을 이끌고 뮤지엄에 도착한 나는 바닷바람을 맞고 자란 녹차나무의 싱그러움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처음 도착하자마자 먹은 것은 녹차아이스크림이었다. 하루 왠종일 돌아다닌 탓에 얼굴은 붉게 타고 온몸에 열이 났는데 아이스크림을 한입 먹자마자 쌉싸름한 맛과 함께 열감이 싹 내려갔다. 분말형태와 티백형태의 녹차도 마셨는데 내 입맛에는 분말형태가 더 맞았다. 녹찻잎도 바로 따서 맛볼 수 있었는데 생잎은 그냥 풀맛이었다. 갓 나온 새순으로만 만든다고 하니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그 이후로도 꽤 오랜시간 뮤지엄에 머물며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제주 티뮤지엄 - 녹차아이스크림, 녹차밭


 녹차투어를 끝으로 여행의 마침표를 찍고 공항으로 향했다. 녹차의 깔끔한 끝맛이 여행의 소감을 대변했다. 커피 다음으로 많이 먹은 녹차를 직접 밭에가서 시음하고 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차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그 때 처음으로 했던 것 같다. 돌고 돌아 티 뮤지엄에 도착해서 느꼈던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자신을 돌볼 수 있는 차를 만드는 것. 내 인생의 목표가 되었다.

간단히 효능을 적으며 마무리.


당뇨 예방

콜레스테롤 수치 개선

혈압 개선

항암 작용

충치 예방

피부 보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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