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과 결명자차
만 62세, 결혼 36주년
어머니는 1985년 10월에 결혼하시고, 다음 해 3월에 나를 낳으셨다.
조금은 이른 나이.
조금은 이른 출산.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어머니는 그리 다정한 분은 아니셨다. 본인에 굉장히 엄격하셨고 거의 대부분의 삶에 일을 하셨다. 물론 지금도 그렇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면 안 계실 때가 많았고 집에서도 쉬시는 걸 본 적이 없다. 그 와중에도 항상 나와 동생이 먹을 끼니를 챙겨놓으셨고 늦은 저녁까지 숙제를 도와주셨다. 어머니의 살신성인 덕분에 초등학생 땐 상위권 성적을 놓친 적이 없다.
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면 방안 가득 퍼지는 향이 있었다. 밥 지을 때 나는 냄새와 비슷했는데 좀 더 구수한 향이었다. 언제부터인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어머니께서는 항상 식수로 결명자차를 끓이셨다. 그 당시에는 정수기가 있는 집이 거의 없었다. 내가 아는 한 대부분이 물을 끓여 마셨다. 시중에 파는 티백도 보리차 아니면 결명자차 두 가지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하튼 어머니께서 결명자차를 끓일 때면 집안 가득 향과 온기가 그득했다. 어머니는 꼭 주전자가 식을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오렌지주스병에 담아 냉장고에 넣고 주무셨다. 아마도 실온에 놔두면 빨리 상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결명자차가 눈에 좋으니까 많이 먹어
어머니는 TV 건강 프로그램 같은 데서 보셨는지 결명자차가 눈에 좋다는 한 패널의 말을 굳게 믿으셨다. 그때 시력이 좌우 1.5였기 때문에 나름 눈이 좋은 편이었는데 결명자차를 먹어야 하는 이유가 사실 이해가 안 갔다. 맛은 나쁘지 않았다. 이따금씩 어머니는 결명자차가 눈에 좋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에게 얘기하듯 몇 번이고 말씀하셨다. 효능이 진짜였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네 가족(그 당시 어머니, 아버지, 나, 동생) 중 눈이 안 좋은 사람은 없다.
지금도 눈이 건강하다는 것에 약간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중학교 때부터 게임을 즐겨했고 하루 종일 핸드폰, TV, 모니터를 봐야 하는 직업이지만 시력은 아직 건재하다. 조금씩 노안이 오려는 징조가 있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다. 눈이 좋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철이 없던 시절에 괜히 안경이 쓰고 싶어서 시도했던 적이 있다. 눈에 가장 안 좋다는 블루라이트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으로 잠깐 썼었는데 일주일도 못 가서 벗어 버리고 말았다.
아이 둘을 키우다 보니 어머니의 노력과 희생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보이지 않던 다정함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했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일찍 결혼하시어 힘드신 와중에도 두 남매 조금이라도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셨을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결명자차는 나에게 있어 눈물버튼이다. 그리움의 눈물, 건강함의 눈물, 고마움의 눈물.
와이프도 아이들의 식수를 자주 끓이고는 한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버릇처럼 하는 얘기가 있다.
"여보 결명자차가 눈에 좋대"
결명자는 콩과에 속하는 결명차의 씨를 가리키는 말이다. 눈을 밝게 해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비타민A 성분이 풍부하여 눈 건강에 좋고 약재나 차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차로 마실 땐 결명자를 볶아서 물에 넣고 센 불에 10분, 약불에 20분 정도 끓여서 마신다. 너무 오래 끓이면 쓴 맛이 강해진다. 찬 기운을 지니고 있지만 볶을 때 찬 기운이 완화된다. 경험상 상온에 놔두면 빨리 상하기 때문에 적은 양을 끓여서 마시거나 끓인 결명자차를 식혀서 냉장고에 바로 넣어야 한다. 이뇨작용을 일으키지만 카페인은 없다.
어머니께서 다시 결명자차를 끓이기 시작하셨다. 한 달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손주들을 위해, 자식들을 위해, 오래도록 우리를 선명하게 보고 싶은 본인 자신을 위해. 다른 건 몰라도 결명자차가 눈에 좋다는 그 사실만큼은 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다. 어머니의 선택은 결코 이르지 않았다고.
간단히 효능을 적으며 마무리.
눈 건강 효과
고혈압 개선
변비 개선
장 내 활동 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