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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차장 Jan 18. 2023

#8 꼰대가 되지 않는 법

신입과 얼그레이

퇴사자 4명 입사자 2명 복귀 1명

 10명밖에 안 되는 작은 회사에서 사람이 바뀌면 분위기가 확 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은 좋게 변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좋아지진 않는다. 보통은 사람이 그만둘 때쯤 되면 분위기가 안 좋기 때문이다. 그만두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이직을 위해서다. 휴식, 육아, 지병 등 다양한 이유로 그만둔 사람들 거의 다 근황을 들어보면 다른 회사에 다니거나 회사를 차렸다. 프리랜서로 전향하는 경우도 꽤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바뀌는 동안 나는 소위 말하는 고인물이 되었다. 한 회사만 11년을 넘게 다니고 있고 이직은 딱히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회사에서 대표님 다음으로 오래 남아있는 직원이 됐다. 다니는 회사의 분야가 워낙 작다 보니 비슷한 계열의 회사도 많지 않을뿐더러 내가 회사에서 맡은 업무가 다른데서 써먹기엔 한계가 있었다.


 여하튼 세월이 흐르는 동안 회사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아무래도 젊은 세대들이 유입되고 소위 말하는 꼰대들이 나가면서 회사문화도 트렌드를 따라가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 그중에 하나로 신입사원의 OJT가 있다. 보통 신입이 들어오면 회사에 빨리 적응시키기 위해 직원들도 여러 노력을 하지만 최근에는 신입들도 눈이 높기 때문에 서로 눈치를 봐야 하는 판국이다. 사회초년생이라고 해서 그저 시키는 대로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본인이 원하는 회사를 고르고 회사를 면접 본다. 그렇기 때문에 OJT교육은 중요했다. '얼마나 스트레스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인가' 중요한 화두이다.


 오랜만에 신입사원이 들어온 지 한달쯤 됐을까. 갑자기 전체 회의 명령이 떨어졌다. 이유는 신입의 적응 프로그램 때문이었다. OJT담당자가 대표님부터 바로 윗선임까지 다짜고짜 제비뽑기를 시켰다. 분위기를 보아하니 나만 모르는 상황인 듯했다. 다들 하나씩 제비를 뽑아 보여드는데 그중에는 신입과 1시간 동안 차마시기, 같이 점심먹기, 산책하기 등이 있었다. 내가 뽑은 것은 차마시기였다. 차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을 아무도 모를 텐데.


 사실 영업을 하고 있지만 말주변이 없는 편이다. 더군다나 신입과 1시간동안 차를 마시라니. 도무지 무슨 얘기를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래도 준비는 해야 했기에 나름 내 소개를 위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1시간쿠폰을 쓸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나도 긴장을 했는데 신입은 오죽하겠는가. 그 아이 입장에서 보면 '까마득한 선배가 대체 무슨 말을 할까, 제발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 싶었을 거다.


 실은 나도 같은 생각이었다. 나에 대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보여줬지만 정작 시간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았다. 나름 리액션을 잘해줘서 그나마 기분 좋게 얘기할 수 있었지, 그마저도 없었다면 정말 긴 시간이었을 거다.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사회초년생 신입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대화를 이끌어내야 했다. 긴 회사생활동안 느낀 점? 아니면 한 회사에 오래 다닐 수 있었던 노하우? 그것도 아니면 다른 직원들 성격? 떠오르는 생각이 전부 회사얘기뿐이었다.


 그 때 마침 주문했던 차가 나왔다. 갑자기 울려든 진동벨이 너무나 고맙게 느껴졌다. 보통 때 같았으면 커피를 시켰을테지만 오전부터 커피를 마신지라 고민하던 차에 신입의 추천으로 얼그레이 홍차를 주문했다. 덕분에 다행히 차에 대해 얘기하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간간히 풍겨오는 얼그레이의 향이 분위기를 깊이 있게 만들어주었다.

 

 이 회사에 10년간 다니면서 나는 직속후임이 한 번도 없었다. 잠깐동안의 인턴을 교육한 적은 있었지만 대학생의 체험학습이었고, 내가 있는 영업팀의 후임을 받을 만큼 일이 많지도 않았다. 신입은 나와 팀도 달랐고 역할도 달랐다. 그래서 업무적으로는 딱히 조언해 줄 만한 것이 없었다. 나는 그저 회사를 오래 다니기위해 가장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얘기하는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내가 조심한 것들이다.


1. 다른 직원들과 잘 지내되 너무 친해지지 말 것.(겉으로는 친구처럼 대하던 직원도 그저 남이었다)
2. 그 맘 때는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된다.(그 이상 하면 일을 더 시킴)
3. 기록을 잘 하자.(하나만 놓쳐도 큰 실수가 됨)
4. 취미를 꼭 갖자.(직장인은 생각보다 스트레스 풀 데가 없다)


 꽤 많은 얘기를 할 동안 시간과 차는 빠르게 줄어들어 갔다. 꼰대처럼 얘기하지 않으려 키워드 하나하나 신경 써가며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마저도 꼰대스럽게 느껴졌다. 어쨌든 회사는 오래된 전통차와 완전히 새로운 향신료가 뒤섞인 얼그레이 홍차처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매력을 느끼게 만들어야 한다. 나는 세대를 나누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MZ라는 말도 싫어한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만난 사람들 모두가 나와 달랐고 다름을 인정하고 맞춰가는데 많은 시간을 쏟았다. 같은 입장에서 신입과 내가 앞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주어진 직급만큼, 받는 월급만큼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닐까.


간단히 효능을 적으며 마무리.

면역력강화 

노화예방 

스트레스 해소 

심혈관질환 예방 

다이어트 

치아건강 

피부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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