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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Sep 20. 2020

위층이 외출하면 드는 생각

모두 대피하시오. 위층이 돌아왔습니다.

망치 소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큰 소음이 어제 저녁 6시 30분부터 약 2분 정도 우리 집을 울렸다. 망치로 못을 박을 때 나는 깡- 소리보다 거대해서 망치 소리는 아닌 것 같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을 모르겠다. 자세히 쓰자면 쇠와 쇠가 부딪치는 소리, 가늘고 긴 쇠파이프가 충돌하며 내는 소리가 아니라 두껍고 네모 납작한 쇠로 우리 집 천장에 쇠로 만든 아파트 골격을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소리가 너무 날 것 그대로여서 저녁 먹을 준비를 하러 거실로 나온 우리 가족 모두가 놀랐다.


도대체 아파트에서 뭘 해야 저런 소리와 울림이 날까. 다행스럽게도 소음은 약 2분 정도 울렸다 그쳤지만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몇 개월 전 일이 떠올라 두려워졌다.


몇 개월 전, 그때도 비슷한 시각에 망치로 뭘 내리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우리 집을 울렸다. 그날 이후, 여태 듣도 보도 못한 소음이 추가됐고 그냥 커피 같던 소음이 TOP로 변신해 우리 집을 고통 속에 몰아넣었다.


망치 소리가 대피음처럼 들렸다. 모두 대피하시오. 위층이 돌아왔습니다.


어제 울린 그 소음 앞 뒤로도 뛰어다니는 소리가 우리 집 천장을 미친듯이 두들겼는데 도대체 뭐가 바뀌는 걸까, 지금보다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어제 하루를 보냈다.


오늘은 오전 7시부터 신나게 뛰어다니는 소리와 울림이 들렸다. 우리 집 식구들은 평화로운 주말은 뒤로 하고 모두 강제 기상.


이쪽에서 저쪽으로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 뛰는 소리 뒤에는 결승점에 다달아 신나서 제자리에서 뛰는 것 같은, 닫히지 않는 문을 열려고 몸에 힘들 줘서 몸통박치기를 하는 것 같은 우당탕탕 하는 무너지는 소리가 뒤따른다. 


지금은 쿵쾅쿵쾅대며 힘을 줘서 바닥을 찍는 발망치 소음을 듣고 있다. 


이 한 줄을 쓰니 이번에는 몸통박치기를 하는 것 같은 소음이 뒤를 잇는다.




어제 미친듯이 뛰는 소음을 피해 계단에 앉아 있으니 위층 사람들이 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나가기 전에 집에서 못 뛰는 게 아쉬웠는지 그렇게 뛰어다녔나보다. 아이들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아이들 떠드는 소리 아래에서 집에 들어가고 싶다, 지금 가족이 다 나가는 건가,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차가운 계단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리가 잦아들었다. 엘리베이터 층수가 내려가는게 보였다. 위층이 조용해져서 조심스레 집으로 들어와 창문을 슬쩍 봤다. 위층 사람들이 차를 타는 게 보였다. 나도 모르게 크게 숨을 뱉었다.


다행이다. 전부 나가는구나. 당분간 좀 조용하겠다. 오늘 늦게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 생각과


늦게 들어와서 또 뛰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몇 년간 우리 집을 괴롭힌 소음으로 추측해보건데 위층은 늦은 저녁 시간이 되면 정말 온 가족이 뛰는지 이방 저방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시간대에 화장실에 있으면 크게 뭐라뭐라 외치는 목소리도 같이 들을 수 있다. 뛰는 발소리는 화장실과 이어진다.


씻기 전에 땀을 쫙 빼는지 요란하게 뛰어다니고, 화장실에도 욕조에서 뛰는지 어디서 뛰는지 쿵쿵 대며 제자리 뛰기를 하는 것 같은 울림과 꺄- 하는 외침과 누군가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다 씻고 나오는지 화장실에서부터 우다다다다다 어딘가로 뛰어가는 소리도 순차적으로 울린다. 화장실 문턱을 밟고 넘어가는지 우리집 화장실 문이 같이 진동한다.


이런 소음 패턴을 겪으니 아찔해졌다. 나중 일은 생각하지 말고 고요할 때 평범한 사람들이 '집 다운 집' 생활을 누리는 것처럼 지내자는 생각을 했다.


밖으로 나갔던 위층은 4-5시간도 안 돼서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소음을 들으며 알 수 있었다.


어제는 오늘처럼 날씨가 좋았는데, 창문을 보니 괜히 울적해졌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 다행이었다. 날씨와 대비되는 상황에 슬프다가도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보고 있으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못 뛰어서 그렇게 새로운 소음을 추가한건가. 오늘도 날씨가 좋다. 오늘은 이 좋은 날씨를 우리 가족도 기쁜 마음으로 마음껏 즐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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