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이란 무엇인가
최근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글을 자주 접하면서, 제가 가진 습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좋은 습관이 있고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밥 먹고 10분 정도 가볍게 걷는 습관을 들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반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은 노력해도 잘 되지 않네요. 일찍의 기준이 높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제 소박한 이상은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1시간 전에 일어나 가볍게 식사와 산책을 하는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매일 반쯤 눈을 감은 채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으며 멍하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왜 좋은 습관을 가져야 할까요. 왜 나쁜 습관은 버려야 할까요. 그건 습관이야말로 두려운 상황을 가장 쉽게 피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바디 로션을 바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정강이와 뒤꿈치가 갈라지고 하얗게 각질이 올라올 때가 돼서야 마지못해 바르곤 했죠. 그때마다 정말 많은 로션이 필요했습니다. 아무리 발라도 몸이 건조했거든요. 그래서 두세 번 만에 로션 반통을 비워냈습니다. 반면 제 친구는 매일 로션을 바르는 데도 한 통을 아주 오랫동안 쓴다고 하더라고요. 비결이 뭔지 물었더니 '자주 바르면 조금씩 발라도 된다.'는 겁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저도 비슷한 깨달음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약 3년 전, 저는 짧은 기간 동안 큰 체중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70kg에서 84kg까지 갔다가 62kg로 내려온 건데요, 전부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 일입니다. 전 고등학생 때부터 70kg를 거의 유지했습니다. 많이 먹으면 몇 키로 더 찌고, 덜 먹으면 그만큼 빠지는 수준이었어요. 딱히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몸짱이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땐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연애와 투자를 거의 동시에 실패하고, 매일 술을 마셨거든요. 스스로가 약하게 느껴지고, 남들에게도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변환점이 필요했습니다.
그때부터 벌크업을 했습니다. 하루에 5끼를 먹으면서 PT를 받고 웨이트를 2시간씩 했죠. 식욕을 참지 못하고 자극적인 음식과 술을 입에 댈 때도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몸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러 올랐습니다. 거울을 보면 욕과 함께 근육 돼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죠.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식단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고구마나 바나나를 아주 적은 양만 먹으면서 운동을 계속했어요. 다행히 살은 빠졌지만, 근육도 함께 빠졌습니다. 하루하루가 전쟁 같았습니다. 폭풍 같은 변화를 겪고 저에게 남은 건 늘어난 살가죽과 너덜 해진 멘탈뿐이었습니다.
지금도 운동을 하긴 합니다만, 예전처럼 이를 악물고 하진 않습니다. 설렁설렁 러닝머신을 걷다가 웨이트를 짧게 합니다. 한창 운동할 때 들었던 무게의 절반으로도 충분히 지칩니다. 식단도 따로 관리하진 않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은 샐러드를 먹습니다. 힘들게 노력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거울을 보고 욕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앞서 저는 습관을 '두려운 상황을 가장 쉽게 피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집니다. 아침에 굳이 일찍 일어날 필요가 있을까요? 물론 일찍 일어나면 좋겠지만, 아침을 조금 멍하게 시작한다고 해서 큰일이 나진 않잖아요. 단순히 좋은 습관에 집착하고 나쁜 습관을 혐오하기보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상황이 무엇이고, 그걸 어떻게 쉽게 피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 보면 의외로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전 이만, 담배를 피우러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