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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하민 Feb 25. 2022

단단한 요가

야채 인간이 되고

요가를 하게 된 이후로 한숨을 자주 쉰다. 특별히 힘들어서 그러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신호다. 아쉬탕가 요가를 하며 우짜이 호흡이라는 걸 배웠다. 우짜이 호흡은 숨을 쉬고 뱉을 때 배에 힘을 주면서, 가슴만 커졌다 작아지게 하는 호흡법이다. 목구멍을 좁게 해서 쉭쉭 거리는 소리가 난다. 마치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가 내는 소리와 비슷하다.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이 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내가 지금 숨을 쉬고 있구나'라는 실감이 난다. 그러니까 내가 요새 자주 쉬는 한숨은 괴로움에서 나오는 탄식이 아니라 의식적인 우짜이 호흡 연습이다.


엊그제에도 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거울을 보며 숨을 크게 쉬었다. 그러다 부풀어 오르는 양쪽 가슴으로 그림자가 지는 걸 발견했다. 3, 4번 갈비뼈 부분이고 예전에는 살로 덮여 있어서 눈에 띄지 않았던 부위다. 그러면서 나의 몸을 찬찬히 살펴보다 보니, 전에 없이 앙상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닭가슴살을 챙겨 먹으며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할 때에는 이렇지 않았는데. 그리 훌륭한 몸은 아니었어도 지금 같은 야채 인간의 모습은 아니었다. 냉장고에 너무 오래 보관돼서 시든 아스파라거스처럼 나는 볼품없이 쪼그라들어있었다.




자유는 선택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 명제를 읽으면서 반발심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명제에 시비를 걸며 자신의 의견을 조리 있게 말하는 작가가 있다. 일본의 야스토미 아유무다. 그녀의 책 <단단한 삶>은 명제를 적고 그 명제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쌓아 그다음 명제를 도출하는 방식으로 쓰인 독특한 책이다. 이런 식이다.

 


명제 6. 자유는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하면 "그러면 뭔가를 강제당하는 것이 자유라고 말하는 건가?"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런 것은 자유가 아닙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이 말입니다.

명제 6-1. 선택지가 풍부해지는 것 = 자유가 아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설명해보겠습니다.

명제 6-2. 성공은 가능한 선택지 중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말은 조금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다음엔 공부를 잘해도 사소한 실수가 잦고 피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도쿄대 의대에 진학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를 꽤 길게 한다.)



아유무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요가를 선택했다. 요가는 나에게 최선의 선택이 아니었다. 사실 어떤 운동을 할지에 대해 몇 가지를 두고 고민했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단연 가장 효율이 높다. 단시간에 근육을 키울 수 있고, 보기 좋은 몸을 만들 수 있다. 골프도 할만하다. 배운다고 실이 될 것이 없는 스포츠다. 하지만 나는 요가를 선택했다.


명제 1. 요가는 나에게 잘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이건 요가 수업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선생님들은 너무 애쓰지 말라고, 거울을 보며 자세를 교정하지 말라고 한다. 그저 자신의 몸이 허락하는 만큼, 시원한 만큼만 하라고 한다.


명제 1-1. 나는 안 그래도 잘해야 할 것이 산더미다.

이건 굳이 말 안 해도 될 것 같다.


명제 1-2. 아이러니하게도 요가를 하고 나면 다른   잘하고 어진다.

이 마음이 어디서 기인하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분명히 느낀다. 수면제를 먹으면 잠이 솔솔 오는 것처럼, 요가를 하고 나면 다른 무언가를 할 에너지가 생긴다. 심지어 하루 종일 누워서 드라마를 보는 것마저 요가를 하고 난 뒤라면 든든하다.


조금씩 단단해진다. 오늘도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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