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험과 지식은 어떻게 쌓아야 하는거예요?

by 혜미
image_2431614721528292704183.png?type=w966 멋진 사람들!



6월 5일~6일,
대학원 연구실의 박사과정 연구원과 박사들을 모아놓고 책을 주제로 한 워크샵을 진행했다. 올해부터 우리는 자신의 관심분야로 책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번 워크샵이 첫 시작이었다. 다 함께 모여서 주제를 공유하고 진행 방향을 논의하는 그런 과정이랄까. 다양한 경력과 분야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모인 자리라 어떤 얘기들을 하실지 궁금했다. 사실 나는 준비한게 많이 없어서 리스너의 입장으로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고있었다. 경험 디자인이라는 큰 주제 아래 박물관 경험 디자인, 사운드 디자인, 경험 큐레이션, 능동적 브랜드, 방재, 이동경험, 도시재생 등 재밌는 주제들이 주를 이루었고, 다루고자하는 레이어(인간에 대한 이해, 디자인 대상, 디자인 방법론)도 달라서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이런 다양한 주제는 연구실 내에서도 많이 공유를 하니 익숙했는데, 내가 진짜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던 시간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는 시간이었다. 대다수의 박사들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분들은 실무 경력이 길거나, 강의를 나가시는 분들 즉, 자기의 연구분야가 정해져있으며 어느 부분 정리되어 있는 분들이셨다. 그래서 A가 자신의 주제를 말하면 B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C가 또 다른 의견, 다시 A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그런식의 토론이 아주 우연하지만 자연스럽게 펼쳐졌다.


근데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반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오늘따라 어찌나 대단하게 보이던지 ‘같은 연구실에서 생활하는 분들이 맞나?’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였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


A : 박물관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음. 관람형, 체험형 등. 박물관을 재정의 하고 타겟을 정해 그들에게 맞는 경험을 어떻게 제공해줄 것인지 다양한 벤치마킹 사례를 기반으로 제안할 것


B : 박물관과 뮤지엄을 혼용해서 사용하는데 그것부터 다시 정의해야함. 박물관은 자신(국가, 개인 등)이 가지고 있는 박물들을 전시하는 것이고 뮤지엄(Museum)은 뮤즈(Muse)가 있는 공공적인 공간. 거기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상업적인 공간이라 할 수 없음 ~~~~~~


C :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정의할 수만은 없는 것이 현재 박물관, 뮤지엄, 미술관이라고 하는 것의 특성이 변하고 있고, 지극히 상업적이라 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작품을 셀렉해서 전시를 하는) 행위가 기반이 되어있고, 그것을 어떻게 큐레이팅 하는지에 따라 의도와 정의가 바뀔 수 있음



이런 형식으로 12개 정도의 주제에 대한 논의를 하시는데 각 주제에 맞춰 디자인 분야, 인문학 분야, 상업화 등 다양한 분야와 관점을 넘나 들면서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그 말의 소스가 어디서 어떻게 모이게 되는 것인지 진짜 궁금했다. 곰곰히 생각해봐도 나는 저런 얘기,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그들이 얘기하는 개념들을 받아 적고 있었지만 그마저도 쉽게 소화가 되지 않았다. 우리가 주장하는 UX디자이너의 덕목인 ‘관점의 자유로운 이동’이란 이런것들을 말하는 거구나, 나는 아직 멀었다. 이렇게 두세시간 가량 얘기를 하다 너무 궁금해져서 박사님께 어디서 이러한 얘기거리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여쭤보니, 대부분 관심과 경험에서 온다는 대답을 들었다. 관심을 가지면 더 보이게 되고, 관찰을 많이 할 수록 생각할 거리도 많아진다고! 그 말을 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 얘기를 할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니, 딱 맞는 것 같았다. 내가 좋아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얘기할 땐 그 곳의 철학, 변화 양상, 오프라인 스토어의 분위기 등등 여러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으니까. 대부분의 지식은 경험의 축적에서 나오고 거기에 책, 강연, 공부 등을 통한 다른 것들을 더해 자신의 것으로 재정의를 할 수 있는 경지를 나는 언제쯤 도달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하게되었다. 나도 이제 박사과정을 시작하는데 잠깐 멈춰야 하나 라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봤다. 나만의 연구분야가 확실치 않으니 잘 정리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들. 그리고 그들의 생각과 관점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꾸물꾸물 마음속에 자리 잡게 되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간접적으로 나마 경험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으테니.


어떻게 하면 나의 것들을 정의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해야할 것 같다. 지금은 공부와 연구에 포커싱되어 있지만 훗날엔 내 삶에 대한 방향도 재정의 할 시기가 있을테니까. 사실 아직도 갈피를 못잡겠다. 내가 온전히 혼자서 정리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여러사람의 도움을 받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해야 하는건지. 전자는 내가 흥미로워하는 분야가 아닐 수 있다는 위험이 있을 수 있고, 후자는 온전히 내것이 아니라 남얘기를 하고 있다는 위험이 있을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교수님을 비롯해서 경험이 많으신 분들의 얘기를 많이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석사때는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들을 이제서야 고민하려니까 머리가 너무 아프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해야할 고민이기에! 성장의 발판으로 생각하면서 힘든 고민을 시작해야지.
그래도 고민일 뿐이지 걱정과 스트레스는 아니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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