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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미 May 22. 2018

나는, 하루에도 열두번은 더 시간 계획을 세워

나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나는 시간계획에 대한 말도 안되는 모순적인 강박을 가지고 있다. 이것이 나를 피곤하게 하기도 하고 편하게 하기도 하는데, 확실한 건 내 일상의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루틴화 하는것을 좋아한다. 안정적이면 마음이 편해지니까. 그렇다고해서 늘어지는게 아니다. 
나를 긴장하고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싹들을 애초에 잘라버리는 거라고 해야할까? 
그래서 영화도 스포를 먼저 듣는 것을 좋아한다. 어떤 변수가 와도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이니까 마음 졸일 필요가 없다. 이런 변수들은 다리에 쥐가 날 때 처럼 나를 긴장하고 힘들게 만든다. 하지만 다리에 쥐가 난 김에 다리를 주무르고 마사지를 하는 것 처럼 긴장이 언제나 나쁜건 아니기에 가끔씩은 정신이 번쩍들 때도 있다. 하지만 힘든 건 힘든거지. 


외부의 어떤 일들 때문에 나의 루틴이 혼란스러워 지는 일들을 많이 겪어, ‘내 시간, 내 일이라도 제대로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자기전에 다이어리에 내일 하루를 상상하며 무엇을 할지 적어보고, 일어나면 오늘 할 일 들을 곱씹는다. 계획적이게 보이지만 말도 안되는 시간계획은 자기 전 부터 시작된다.


나의 하루를 구성하는 15줄



‘내일은 9시에 나가야 하니까, 샤워 20분, 스킨케어 10분, 옷고르고 입기 10분, 화장 20분,  밥먹고 설거지 30분이면 총 한시간 반이 소요 되니까 7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하네. 알람을 그 시간에 맞추고, 왠지 불안하니까 7시에 한번 더 알람을 맞춰야지. 어차피 7시에 알람이 울리면 너무 일찍 일어났다는 생각에 알람만 끄고 다시 잘게 뻔하지만. 그래도!’




수포자인 내가 시간계획을 세우는데는 왜 이렇게 숫자에 집착하는 건지. 

예상처럼 7시 알람을 듣고는 ‘아 준비하는데 한시간 반 걸리니까 30분 더 자도 되겠다, 좀 있다 일어날래’라고 합리화 하면서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이렇게 시간 계획을 세우고 잠을 자지만, 자는 시간은 절대 계획적이지 않다. 언제나 활동시간에만 계획적이고 그 시간이 끝나버리면 무계획의 끝을 달린다. 여기서 모순이 시작된다.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적힌 계획을 보면서 ‘이것만 다 하면 오늘 하루 성공이다’라면서 뿌듯해하고, 계획을 실행해가면서 ‘그래도 하고있긴 하네’라는 안도감을 느끼고, 하루가 지나도 하지 못했던, 하지 않았던 계획을 보면서 ‘계획대로 살 순 없지’라고 합리화를 하며, 다시 내일의 계획을 세우는 나.


계획을 가면을 쓴 일상 요소들의 나열이 내가 오늘을 살아가는데 작지만 강한 힘을 주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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