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의 소중함이 없어진 세상.
1. 노동의 가치가 바닥으로 떨어진 세상이다.
오늘 부동산과 관련한 다큐를 봤다. 거기에 나오는 두 친구가 있다. 한 친구는 10년간 택배기사로 열심히 일을 했으나 모이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는 여전히 돈을 모으기는 커녕 내일, 다음달이 걱정인채로 오늘을 살아간다. 반면 몇 년전 아파트 한채를 산 친구가 있다. 그것도 집을 산지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집값은 2년새 2배가 넘게 올라 있었다. 자산이 2년 사이 몇억 늘었다.
10년동안 열심히 노동을 했지만 우연히 산 집이 벌어다 준 돈을 이기지 못했다. 이기지 못한 정도가 아니라 살아생전 그돈을 벌 수 없을 것이다. 요즘 부동산이 주는 세태이다.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사람과 사람 삶과 삶의 괴리를 주었다. 신성한 노동이 세상에서 제일 어리석은 짓으로 변해버린 세상이다. 아는 것이 없어서 예측할 수 없어서 죄인이 되어 버린 세상이다.
집을 사지 못한 부모는 자식에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자식이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집 한채 마련하지 못해 미안했다고 한다. 새롭게 집을 산 부모는 자식이 전세거지, 빌라거지, 임대거지라는 말을 듣게 하면서 살게 할 수 없어서 집을 샀다고 한다. 이 무슨 세상인가. 신분사회보다 더 계급이 나눠진 세상이 되어버렸다.
2. 무슨 일을 하든지 돈을 많이 벌기만 하면 상관없는 세상이다.
비트코인 열풍에 모두들 비트코인을 산다. 주식 열풍에 모두들 주식을 산다. 부동산 열풍에 모두 부동산을 산다. 남들이 쉽게 번 돈을 왜 나만 힘들게 벌어야 하나 회의를 느끼는 세상이다. 정의가 바로 서지 않은 세상이다. 불공정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일부 젊은 여자들이 유흥가의 접객으로 나가 일을 하면 월 천을 벌 수가 있다. 한번 맛본 불로소득의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 오히려 접대를 받는 남자들보다도 많은 소득을 버는 여자들일것이다. 참 아이러니 하다. 오죽하면 10억을 주면 교도소에 1-2년을 살아도 상관없다는 설문에 절반 이상의 청소년들이 긍정적인 답변을 대답하니 말이다.
3. 사실 투기와 투자는 한끗차이다.
성공하면 투자지만 실패하면 투기가 된다. 사업가와 사기꾼도 한끗차이다.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과정이 진실되었어도 그 결과가 나쁘면 결국 나쁜사람이 되는 것이다. 요즘 이런 생각들이 많다. 나는 오래전부터 잘못된 과정을 거친 결과는 나쁘다 생각했다. 그래서 사람을 속이면서 물건을 판다거나 어떤 피해가 발생함이 분명함에도 내가 당하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식의 일은 하지 않았다. 열심히 일해서 당당하게 돈을 버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풍요롭지 않는건 상관없다 생각했다. 그렇게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그리고 지금도 열심히 내일을 꿈꾸며 살고 있다. 그러나 점점 힘이 빠진다. 알 수 없는 무력감이 몰려온다.
4. 코로나가 이제 9개월째로 접어든다. 전세계적 재앙은 기존의 양극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자산 가치의 상승은 증폭되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있다. 분명 열심히 노력한자에게는 달콤한 열매가 돌아간다는 상식은 여전하지만 부의 추월차선이 점차 닫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의 추월차선에 타는 것이 맞는지 느리지만 내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여전히 고민스러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