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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Jan 04. 2020

셀프 카메라가 아직도 어려운 바보

하루 한 시 #. 58


거짓 없이

나를 보여준다는 거짓을

아직도 믿으며

카메라 렌즈에 나를 비춰본다


무얼 하며 살았는지

얄팍해진 눈매가 안쓰럽다


단점만 보여

결국 어두운 조명에

어두운 옷을 골라 입고

분위기를 잔뜩 풍기며

깊이를 흉내 내본다


가려지는 것 같아

잠시 만족감에 므흣해하다가


곧 파도처럼 밀려드는

조롱과 후회가 뒤섞여

한참을 바보처럼 찍어댄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

볼품없어 보이는 영혼을 내보이자


이 몸으로

이 영혼으로

한번 사는데

언제까지 미워해야겠는가


셀카가 어려운 바보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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