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카메라가 아직도 어려운 바보
하루 한 시 #. 58
거짓 없이
나를 보여준다는 거짓을
아직도 믿으며
카메라 렌즈에 나를 비춰본다
무얼 하며 살았는지
얄팍해진 눈매가 안쓰럽다
단점만 보여
결국 어두운 조명에
어두운 옷을 골라 입고
분위기를 잔뜩 풍기며
깊이를 흉내 내본다
가려지는 것 같아
잠시 만족감에 므흣해하다가
곧 파도처럼 밀려드는
조롱과 후회가 뒤섞여
한참을 바보처럼 찍어댄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
볼품없어 보이는 영혼을 내보이자
이 몸으로
이 영혼으로
단 한번 사는데
언제까지 미워해야겠는가
셀카가 어려운 바보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