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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지우기 Oct 22. 2019

하늘

하루 한 시 #. 5

나는
요즘 자꾸 바라본다
'문득' 보다는 '자꾸'가
맞는 것 같다

바라만 보는 것도
그럭저럭 괜찮다는 것을
배운 뒤로는

상상으로
드높게 날기 시작하여
신나게 놀아보다가

망상으로
안전하게 착지한다.

그리고 나선
나를 토닥인답시고
운명이네 바쁜 삶이네 로
시작하는 아주 고전적인 철학으로
나를 품위 있게 위로한다


방금 기억났는데

나는 내 날개를
우리 집 책장 깊은 곳에

한때는
온몸을 바칠 것처럼
사랑했던 책들 사이사이에
접어 넣었다.

그 날개들은
혹시 그 책 속에서
날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

저번 이사 갈 때
그 책들이 보이지 않아
이상하다 했는데

날개가 버림받았다 생각해서

지도 살아 볼 요량으로

나 대신 그 책들에 붙어서
훨훨 날아갔나 보다

그래
훨훨 날아갔나 보다


훨훨 날아갔나 보다

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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