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시멘트벽에 빼꼼 고개 내민
앙상한 가지들은
무엇을 보려고
저리도 처량하게
고개를 내밀고 있을까?
나는 저 앙상한 가지들이
너무너무 얄밉다
한 번도 해 본적 없이
그저 담벼락에 제 몸하나 만 걸쳐 놓고선
이랬어야 했다
저랬어야 했다
날이 춥다
날이 덥다 만
반복하기 때문이다
해가 지면 추워서 불만이고
해가 뜨면 더워서 불만이다
꽃 한 송이 못 피우는 마른 가지에서
무슨 배움이 있을까
이 담벼락에 붙어사는 초라한 가지들아
나는 너희가 너무너무 싫다
꺾기조차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