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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May 21. 2022

후배들 앞에 선다는 건

남해고등학교 신문 제작 동아리 ‘늘픔나래’ 신문 제작 특강

“요즘도 학교 신문을 만드는구나?”


기자 생활 초창기까지만 해도 여러 학교가 학급신문이나 학교신문을 제작하면서 학생들의 아기자기한 손글씨나 풋풋한 기사들을 볼 수 있었다. 조금은 엉성해도 새로운 디자인까지 배울 점도 있었다. 비단 남해뿐만 아니라 지역신문 컨퍼런스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이, 각 지역신문사와 학교가 협업해 제작한 우수사례들을 볼 수 있었다.


또, 직업체험이라는 이유로 우리 신문사에 학생들이 견학을 오면 주로 내가 맡아 강의를 하고 학생들과 교감을 나눠왔다. 그런데 코로나19 여파인지 지난 2~3년간은 학교신문에 대한 관심도가 줄었는지, 그다지 요청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4월 초 남해고등학교로부터 신문 제작과 관련해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물론, 남해고등학교는 내가 졸업한 학교이기도 하고 아는 선생님도 아직 많이 계시기 때문에 내게 연락을 주신 것 같다. 그동안 남해고등학교에서도 학교신문을 제작해왔는데, 2년 정도 발간되지 않다가 올해부터 다시 제작한다고 한다. 

후배들에게 강의를 하고 있는 나.


그 중심은 ‘늘픔나래’라는 동아리다. 


학교 후배들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쳐주고 얘기한다는 건 많은 부담감이 동반한다. 먼저, 나 스스로에 대한 실력 부족에 대한 갈증이 가장 크다. 나아가,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강사와 청자가 빠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하고 얼마만큼 강의에 집중하도록 만드는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자주 하는 것도 아니고, 10대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는 30대 중반 아저씨가 어떻게 다가갈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우리에게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 바로 남해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것. 


지난 2일 본격적인 강의에 앞서 먼저, 내가 겪은 지금의 선생님, 후배들이 겪고 있는 선생님을 공유한다. 또, 학교에 대한 불만들을 청취하니 후배들의 말문이 서서히 열린다. 


공감대가 형성되고 본격적으로 신문 제작에 필요한 기사를 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간다. 짧은 강의 시간 동안 많은 걸 할 수 없기에 기사 글쓰기와 취재거리 찾기에 초점을 맞췄다.


남해시대를 정독하고 있는 남해고등학교 신문 제작 동아리 늘픔나래 학생들이다.


후배들은 메타버스, 주가 폭락, 실외 마스크 미착용, 인구감소 문제 등 전국적이면서도 시의성 있는 이슈, 학교 이야기까지 다양하고 진지한 주제들을 선정해 각자의 생각을 써왔다. “내가 고등학교 1~2학년 때 이런 주제들에 관심이 있었을까?”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졸업한 학교의 후배들이자, 학생들이기 때문에 더욱 성심성의껏 강의했다. 재미없고 딱딱한 이야기이지만 경청해준 후배들에게 감사하다.


4년 전 내가 졸업한 대학교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후배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했었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모든 면에서 부족하고 내세울 게 없었다. 그래서 “다음에 후배들 앞에 설 기회가 있다면 그때보다 글쓰기든 사진이든 무엇이든 나아진 당당한 선배가 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때보다 많은 걸 이뤘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고 자부하기에, 4년 전보다 이번 강의가 당당했으니 스스로 만족한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강의에서 신문 제작도 중요하지만, 기록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내가 10대 때부터 블로그나 일기와 같은 기록을 남겼다면 보다 많은 기회와 경험을 했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일상과 경력, 수상 등을 기록한 덕분에 오늘 여러분 앞에 설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오늘 여러분과 만남도 기록해서 온라인에 공개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래야 다른 학교에서도 불러주니까.”라고 말하자 후배들은 빵 터졌다. 


후배들 앞에 선다는 건 나를 성장시키는 기분 좋은 자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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